같은 식재료를 사용한 간식이어도 조리법에 따라 혈당지수(GIㆍGlycemic Index)가 3.3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GI는 포도당ㆍ흰 빵 기준(100)으로 어떤 식품이 혈당을 얼마나 빨리, 많이 올리느냐를 나타낸 수치다. 일반적으로 GI가 55 이하이면 저(低)GI, 56∼69이면 중(中)GI, 70 이상이면 고(高)GI 식품으로 분류된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 조절을 위해 가능한 한 GI가 낮은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현정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의학영양학과 교수팀이 20~35세의 건강한 남성 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밝혀졌다. 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원자료를 이용해 1세 이상 남녀가 간식용으로 자주 섭취하는 전분(탄수화물) 식품 다섯 가지(옥수수 감자 고구마 밤 팥)를 선정했다. 이어 다섯 가지 식품에 찌기 튀기기 굽기 끓이기 등 네 가지 조리법으로 만든 음식을 연구 대상 남성에게 제공한 뒤 GI를 식품별ㆍ조리법 별로 나눠 각각 분석했다.
그 결과 다섯 가지 간식류는 조리법 별로 GI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임 교수는 “전분식품은 조리법에 따라 전분 입자의 호화도(糊化度ㆍ물에 넣어 가열한 전분의 점도가 높아지는 정도)가 결정된다"며 “이에 따라 몸 안에서 전분의 소화ㆍ흡수 속도가 달라지는 것이 같은 식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조리법 별로 GI가 최대 3.3배까지 차이 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감자의 경우 찐 감자의 GI는 93.6으로 감자전(28)보다 3.3배나 높았다. 감자튀김과 구운 감자의 GI는 각각 41.5, 78.2였다. 고구마에선 군고구마의 GI가 90.9로 가장 높았고, 찐 고구마(70.8)ㆍ고구마튀김(57.7)이 뒤를 이었다. 팥은 찐 팥의 GI가 22.1로 팥죽(33.1)보다 낮았다. 옥수수의 경우 강냉이의 GI가 69.9로 가장 낮았고 찐 옥수수 73.4, 옥수수죽 91.8 순이었다. 밤의 경우 찐 밤의 GI이 57.8로, 군밤의 54.3보다 약간 높았다.
이번 연구에선 같은 식재료를 사용해도 죽으로 만들거나 굽거나 찌면 GI가 높아졌다. 오히려 식용유를 사용해 튀긴 음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GI를 나타냈다. 예컨대 고구마튀김은 군고구마보다, 감자튀김은 찐 감자보다 GI가 낮았다. 이는 찌거나 끓인 음식이 튀기거나 구운 음식보다 건강에 더 유익하다는 기존의 건강 상식을 뒤엎는 내용이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 교수는 “튀긴 음식의 GI가 찐 음식보다 낮은 것은 튀길 때 사용하는 식용유의 기름 성분이 옥수수ㆍ고구마 등의 전분 분해를 늦추기 때문”이라고 했다. 튀김용 기름이 위(胃) 배출 시간(음식이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늦춰 혈당이 급히 오르는 것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그는 하지만 “튀김류 간식을 오래 섭취하면 비만 등 대사성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므로 과다 섭취는 삼가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