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 국정감사의 하이라이트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정무위의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였다. 롯데 ‘형제의 난’ 당사자로서 신 회장에 대한 호기심 때문만이 아니다. 재벌 총수 국감 소환을 둘러싼 찬반 논란 속에 사상 처음으로 국내 10대 그룹 총수 중 한 명을 출석시킨 만큼, 내실 있는 질의로 필요성을 입증해야 했다. 하지만 ‘신동빈 국감’은 재벌 총수의 소환도 꼭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을 얻기엔 부족했다고 본다. 속 뻔한 증인 감싸기나 알맹이 없는 훈계성 질의 같은 구태가 문제였다.
김영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의 첫 질의만 해도 괜찮았다. 롯데의 국적 정체성을 해소할 방법으로 호텔롯데 상장계획을 묻고, 신 회장의 육성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직접 확인했다. 광윤사 지분구조 등 롯데 해외계열사에 대한 공정위 요청자료를 제 때 내겠다는 신 회장의 다짐을 받은 것도 증인 채택의 필요성을 뒷받침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의 탁월성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은 김태환 의원이나, 신 회장에게 “축구 한일전에서 한국을 응원하느냐”고 물은 박대동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의 질의는 짜증스런 희극에 가까웠다.
재벌 총수의 국감 증인 채택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애초부터 달랐다. 국감에 앞서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재벌 회장 증인 소환은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하고, 망신주기식 국감증인 채택은 지양하겠다”고 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앞선 기재위 때부터 재벌 총수의 폭넓은 증인 소환을 주장했다. 이런 입장차를 감안할 때, 지배구조부터 불공정거래와 제2롯데월드 건설 특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의혹을 사고 있는 롯데는 총수의 증인 채택이 ‘꼭 필요한 경우’로 양당이 공감한 경우다. 그렇다면 여당 역시 진지하고 성실한 질의로 국회와 국감의 책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국감은 국회가 국정을 감독하고 국정 실상을 국민에게 알려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헌법제도다. 그러니 감사의 1차 대상은 행정부와 사법부 같은 국가기관이다. 하지만 정경유착 등 행정 비리 가능성에 대한 유기적 감사를 위해서는 기업 관계자는 물론이고, 재벌 총수의 증인 채택도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만연한 경영권 승계 비리나 사업 특혜, 공정경제 위배 사항 등이 그런 사안들이다. 재벌들 역시 신 회장처럼 국감에 성실히 나서 좋은 인상을 얻는다면 누가 될 게 없다. ‘신동빈 국감’은 최소한 재벌 총수 국감 출석의 나쁘지 않은 선례가 됐다. 하지만 폭넓은 공감과 지지를 받기 위해선 국회의 보다 치열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과제도 아울러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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