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 잠정합의 발표에
친박 신속한 대응 조직적 반발
중진들은 의총 대책 논의 전열 정비
초선그룹은 발언 내용 등 역할 분담
비박은 내내 잠잠… 서로 눈치만
金 측근 외엔 언급 의원도 거의 없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두고 여권 내 계파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친박계와 비박계의 대비되는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친박계는 ‘유승민 파동’ 때와 마찬가지로 청와대 홍위병을 자임하고 나선 반면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비박계는 이번에도 별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친박 ‘홍위병’ vs 비박 ‘모래알’
지난달 28일 김무성 대표가 부산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오찬회동을 갖고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잠정합의 한 뒤 친박계와 비박계가 보인 모습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친박계는 청와대의 의중에 적극 호응하는 ‘홍위병’에 가까운 반면 비박계는 구심점 없이 느슨한 ‘모래알’에 비유될 만하다.
친박계의 반응은 시간이 지나면서 격해졌다. 잠정합의 당일 청와대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면서 “지금껏 논의해온 오픈 프라이머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공천제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미지근했지만 조직적 반발의 신호탄이었다.
실제 이튿날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돌격대장’을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문 대표와 친노계의 손을 들어준 졸작 협상을 하고 왔다”고 김 대표를 맹비난했다. 이어 다른 친박계 의원은 “친노몰이의 폐해가 분명하게 드러난 공천제도 아니냐”고 쏘아붙였고, 심지어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란 격한 표현도 등장했다.
하지만 비박계는 내내 잠잠했다. 그간 각종 당내 선거에서 확인됐듯 규모 면에선 친박계를 압도한다지만 지난달 30일 의원총회 직전까지 특별한 반응을 내보인 의원은 거의 없었다. 한 수도권 중진의원은 “‘부산 합의’로 당 대표와 친박계가 정면충돌하는 상황인데 무슨 말을 어떻게 하겠느냐”며 한숨을 내쉴 정도였다.
이 같은 양상을 두고 당 안팎에선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밀려날 때와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수도권 중진의원은 “‘유승민 사태’ 때도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자 발언 이후 친박계는 총궐기하듯 달려들었던 데 비해 비박계는 아무런 결속력을 보이지 못했다”며 “지금 당 상황은 유 전 원내대표가 물러날 당시와 흡사하다”고 말했다.
오버하는 친박 vs 눈치보는 비박
하지만 친박계의 대응은 점차 도를 넘어서는 듯한 모습으로 번져갔다. 의원총회를 코 앞에 두고 청와대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민심왜곡ㆍ세금공천 등의 이유를 들어 ‘5대 불가론’을 내놓은 게 직접적인 계기였다.
친박계의 경우 중진들은 서청원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전열 정비에 적극 나섰고, 초ㆍ재선그룹은 발언 내용과 역할을 분담했다. 특히 김 대표를 공격하는 친박계의 논리는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었다. 김 대표가 불참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서 최고위원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을 반대한다며 장시간 쏟아낸 비판이 단적인 예다. 한 비박계 의원은 “명령이 떨어지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군사작전 같다”고 했다.
반면 비박계에선 조직적인 움직임은 고사하고 김 대표 옹호론 자체도 미약했다. 내로라하는 수도권 중진의원들 중에선 정두언 의원만 “친박계가 박 대통령의 ‘월급쟁이 거수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쏘아붙였을 뿐 나서는 이가 없었다. 초ㆍ재선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김학용ㆍ강석호ㆍ김성태ㆍ권은희 의원 등 몇몇 김 대표 측근 외엔 아예 입을 닫았다.
이에 대해 한 재선의원은 “친박계야 박 대통령 보호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고 김 대표 체제에선 공천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커 사생결단식으로 나오지만 비박계는 구심이 없고 다들 서슬퍼런 청와대의 눈치를 보느라 함부로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고 촌평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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