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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북적 재래시장 썰렁…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두 얼굴'

입력
2015.10.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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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 백화점에 대거 몰려

평소 주말 대비 3배 이상 많아

재래시장 홍보 부족에 지원 쥐꼬리

추석때 이미 대규모 세일 실효성 의문

대부분 생필품 할인율 낮아 시큰둥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 행사 첫 날인 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위쪽)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물건을 고르고 있다. 반면 정부의 예산 지원이 늦고 홍보가 부족했던 경기 부천시 상동시장은 한산한 모습이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이환직기자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 행사 첫 날인 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위쪽)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물건을 고르고 있다. 반면 정부의 예산 지원이 늦고 홍보가 부족했던 경기 부천시 상동시장은 한산한 모습이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이환직기자

내수 진작과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정부가 나서서 대대적으로 2주간 할인 행사를 실시하는 ‘코리아블랙 프라이데이’ 첫 날인 1일 백화점과 전통시장의 명암이 엇갈렸다. 비싼 가방이나 신발, 의류 등 패션 제품을 앞세운 백화점은 중국의 황금 연휴인 국경절을 맞아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몰린 반면 생필품 위주로 할인 행사를 한 마트나 편의점, 재래시장은 사람들이 발길이 뜸했다.

1일 오전 10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아랑곳없이 300여명이 길게 줄을 서서 개장을 기다렸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연결된 을지로입구 전철역 지하도에도 비를 피한 400여명이 몰려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기대하며 건너 온 중국인 관광객들이었다. 줄을 서 있던 중국 광둥성(廣東省) 출신의 치엔예(24)씨는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은 한국 제품들을 사면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라며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기간 동안 최소한 1,000달러 이상 쇼핑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 역시 평소보다 2,3배 많은 중국인관광객들이 몰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평소 주말과 비교해 3배 이상 많은 고객들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장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래시장은 기대와 달리 평소보다 판매가 늘지 않았다. 중소기업청이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관계기관에서 홍보 등 사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예산 지원도 미진해 손님 끌기에 실패했다.

이날 오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한 재래시장인 경기 부천의 상동시장은 저녁 반찬거리를 사거나 늦은 점심 식사를 하는 시민들만 눈에 띌 뿐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번 행사와 관련된 할인이나 경품 행사 정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장 전광판에도 식당 광고글만 노출됐다. 블랙프라이데이와 관련해 관계 당국의 미흡한 행정 지원으로 사전 홍보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동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오늘 갑자기 중소기업청에서 예산 지원 신청을 하라는 공문을 보냈다”며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하겠다고 신청만 했을 뿐 준비는 전혀 돼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재래시장은 지난 추석 연휴에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해 이번 행사에 대한 실효성 문제도 불거졌다. 부평깡시장의 한 상인은 “이미 추석에 농산물 등 20여개 품목을 50% 할인 판매했다”며 “추석 직후 시장을 찾는 발길이 뜸해지는 지금 다시 할인 행사를 하는 게 얼마나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시장당 10억원 정도 지급되는 블랙프라이데이 지원금 규모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500만원 한도에서 시장 홍보나 (온누리상품권 지급 등) 경품 행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대대적으로 할인 행사를 하는 대형마트나 온라인쇼핑몰과 싸우기에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할인 행사를 기대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도 백화점과 재래시장의 희비를 갈랐다. 유통업계에서는 대규모 할인 행사가 벌어지면 주로 가격에 민감한 프리미엄 제품에 소비자들이 먼저 몰린다고 분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재래시장과 마트,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생필품은 가격이 비싸지 않아서 할인을 해도 크게 싸지 않아 급하게 사려는 경향이 적다”며 “반면 백화점에서 파는 고가 패션용품 등은 할인을 할수록 혜택을 본다고 생각해 우선 몰린다”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ob.com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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