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그룹이 국내에서 판매된 유로5 차량 12만대를 리콜하기로 한 가운데 정부가 이들 차량의 문제를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로 보고 집중 조사하기로 했다. 앞서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해 유로6 차량의 질소산화물저장제거장치(LNT)와 선택적촉매환원장치(SCR)를 조정했다고 시인했으나 유로5 차량에 대해서는
“유로 6 차량과 동일한 프로그램을 사용했다”고만 했을 뿐 리콜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4일 환경부는 유로5 기준에 따라 제작돼 2009년 이후 판매된 폭스바겐 티구안과 골프의 EGR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유로6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 여부 검사와 같이 관련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6일부터 실제 도로주행 실험 등을 실시한 뒤 11월 중순 최종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강화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EGR에 LNT, SCR 등 추가 장비를 설치한 유로6 차량과 달리 유로 5 차량에는 EGR만 장착돼 있다. EGR은 연소한 배출가스를 엔진 연소실로 다시 넣어 질소산화물을 발생시키는 산소의 농도를 낮추는 장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엔진과 별도로 있는 LNT, SCR와 달리 EGR은 엔진과 붙어 있어 상대적으로 조작이 쉽다”며 “폭스바겐에서 국내 차량 12만대를 리콜하겠다고 밝힌 것 자체가 이미 유로 5차량의 배출가스 조작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도 “폭스바겐이 유로5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을 시인한 만큼 정확한 원인을 알아보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배기가스 조작 사태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소장 1차 접수 이후 폭스바겐을 상대로 민사소송 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원고들의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은 “6일 수십 명 분량의 소장을 추가로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른은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사흘간 소송 문의가 500건에 달했고, 이 가운데 차량 등록증과 매매 계약서 등 서류를 제출한 폭스바겐, 아우디 차량 소유자만 100명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하종선 바른 변호사는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어 매주 원고를 추가해 소송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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