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우파 등 특정 관점의 교육보다
자국 상황에 대한 역사 교육 절실
'공식적'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민주적 토론과는 동떨어진 일
역사는 사실들이 의미하는 것을
열린 논의 통해서 가르쳐야
한국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해외 석학들도 역사교육 관점에서 우려된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미국 내 아시아학계를 대표하는 학자 피터 두스 미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우리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에 대해 “역사교육을 망가뜨리는 가장 기본적 수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좌파나 우파 등 특정 관점의 역사 교육보다는 자국의 상황에 대한 역사 교육이 학교 교육에서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12일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정치, 정책 이슈뿐 아니라 역사 해석에 대한 자유롭고 개방된 토의는 역동적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두스 교수는 학교 현장에서 국정 역사 교과서를 사용하려는 한국 정부 방침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공식적’역사를 가르치는 것으로 학교 시스템을 제한시키는 일은 이런 민주적 토론과는 동떨어진 일”이라며 “역사 교과서의 기술, 선정, 출판을 모두 국가가 주도하고 있는 중국의 상황이 그런 상황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산당의 검열 및 규제가 만연한 중국의 상황을 예로 들어, 국정 교과서의 도입이 필연적으로 특정 이념과 정당 옹호 등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두스 교수는 “중국 교과서는 국가 발전을 이끈 중심 세력으로서 공산당의 역할을 강조하는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며 “그들의 목적은 역사를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민족주의를 옹호하고 당을 지지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역사 교육의 가장 중요한 요소와 가치를 묻는 질문에 그는 “역사는 기껏해야 주어진 사실들에 대한 따분하고 장황한 설명이 아니라, 그 사실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토의 과정으로서 가르쳐야 한다”며 “역사 교육에 당파성을 주입하는 것은 이런 역사교육을 망가뜨리는 가장 기본적인 수법”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학교에서 이뤄지는 역사 교육이 우파 성향이든, 좌파 성향이든 중도이든 결코 특정 관점을 옹호해서는 안 되며 역사 교육은 국가의 문화, 설립과정, 세계에서 자국의 상황 등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언급한 ‘자유롭고 열린 논의’의 가치가 교육 현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됨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두스 교수는 “수치스럽고 부끄럽다고 해서 역사적 사실들을 망각하려는 것은 그런 일들이 재현될 가능성을 다시금 불러내는 일”이라며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가 밝힌 대로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과오를 되풀이하도록 단죄 받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미국 내 대표 일본제국주의 및 일본사 연구자다. 국내 학계에서는 한국 문헌 검토가 부족한 그의 일본 제국주의 연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피터 두스 석좌교수는
스탠퍼드대의 석좌교수로 하버드대에서 석ㆍ박사학위를 받았다. 1920년대 일본의 정당대립을 연구한 저서를 시작으로 서구 제국주의를 모방한 일본의 제국주의를 비롯해 봉건주의, 식민지배, 근현대사 등을 왕성히 연구해온 미국 내 유력한 일본사 전공자다.
2000~2001년 미국 아시아학회장을 역임했다. 앞서 2008년 동북아역사갈등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회의에서 “(동북아 국가들은) 역사교과서를 기술할 때 지역통합이나 협력을 고려하기보다는 국가 정체성 수립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발표하며 객관적 역사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올해 5월 브로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 등과 역사학자들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과거사 왜곡을 중단하라”며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는 세계 역사학자 187인 서명에 동참하는 등 꾸준히 동아시아 정세에 대해 관심을 표명해왔다.
저서로는 ‘다이쇼 시대 일본의 정당 대립과 정치 변환’, ‘현대 일본 사상’, ‘주판과 칼: 일본의 조선 침투’ 등이, 역서로는 ‘이사무 노구치 전기’ 등이 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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