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둘러싼 한국사회 내 논란과 관련해 일본 언론이 일제히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특히 친일논란이 주요 논점이란 점에서 한국 내 여론추이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4일 “한국정부가 중ㆍ고교 역사교과서가 북한에 지나치게 유화적이고 좌파 편향이 심하다고 판단했다”며 국정제도 도입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박정희 정권이 1974년 교과서 검정제에서 국정화로 바꿨지만 현행 역사교과서 제도는 김대중 정권이 2002년 도입을 결정했고 2011년에 전면적으로 실시됐다”면서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정권에서 다시 국정제도가 부활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권이 움직인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면도 있다”며 “총선에서 박 정권 3년의 성과가 추궁 당하게 될텐데 저성장의 장기화 등 경제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없는 만큼 교과서 문제를 통해 보수에 어필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닛케이는 특히 “몇 년 전에 출판한 민간교과서에 일본의 식민지 통치가 한국 근대화에 기여한 측면도 기술해 야당이 비판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논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일본군 출신인데다 일본과 연계해 경제성장을 실현시킨 전력 때문에 독재 비판은 친일 비판으로도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박정희 시대를 미화하고 친일적인 내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란 게 야권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는 중ㆍ고교 17종류의 역사교과서에 북한의 주체사상을 무비판적으로 인용하는 등 편향적 내용이 있다는 입장이라고 소개했다. 정부가 지목한 부분은 한국전쟁의 책임이 한국에 있다고 시사하는 부분, 독재란 표현이 북한보다 한국의 과거 군사정권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부분 등이라고 덧붙였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일본에서 경제협력을 받은 박정희 정권을 한국에선 ‘개발독재’라고 평가가 갈려있다”며 향후 친일이슈가 커질 것을 예상했다. 이 신문은 “한국정부는 초중고교에서 위안부 문제의 새 자료를 배포하고 내년부터 수업을 시작한다”며 “교육현장에서 반일강화는 지속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본 언론들은 또 “한국 내에서 정부방침을 보수진영이 전면적으로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일부 보수신문도 “왜 반대가 많은데 실시하는 것인지 대통령이 직접 설명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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