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경희대 대외협력부총장
"교육공간서 노동문제 방치 않겠다"
“매번 경쟁 입찰을 통해 저렴한 비용을 제시하는 용역업체를 고르는 방안이 아니라 학교가 자체적으로 자회사를 세워 청소 노동자를 고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희대가 청소용역 노동자의 안정적인 고용을 위해 자회사를 세워 이들 노동자를 고용하는 파격적인 실험을 진행한다.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계속되는 고용 불안을 대학이 직접 나서 해소하고 열악한 처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정진영 경희대 대외협력부총장은 22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집무실에서 본보와 만나 “청소 노동자들의 계약이 끝나는 12월 전에 구체적 방안을 확정하려고 학교법인, 대학, 청소 노동자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일명 ‘경희 모델’로 불리는 이 계획은 경희대가 5월부터 민간연구소인 희망제작소와 함께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을 마련하는 ‘사다리 포럼’을 진행하며 구체화해 왔다. 사다리포럼이 제안한 경희 모델은 학교법인 경희학원이 자회사를 세워 서울캠퍼스 135명, 수원캠퍼스 129명의 청소용역 노동자를 고용하는 방식이다. 자회사는 서울캠퍼스가 있는 회기동 일대에 문화ㆍ예술ㆍ평화의 거리를 조성하는 등 공익 사업까지 추진한다. 정 부총장은 “아예 새로운 자회사를 세우거나 기존 자회사인 경희매니지먼트컴퍼니(KMS)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의 이 같은 실험은 교육 공간인 대학이 비용절감이라는 이유로 노사 갈등의 무대가 되는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비록 학교법인이 직접 노동자를 고용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학교법인이 100% 출자한 자회사인 만큼 ‘원청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정 부총장은 “자회사를 통해 고용한다고 해서 당장 급여 인상이 이루어지거나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학교가 교육 공간인 대학에서 벌어지는 열악한 노동 문제를 방치하진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총장은 경희 모델이 학교와 청소 노동자 모두에게 ‘윈윈’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청소 노동자들에게 인간적 대우를 보장하면 업무의 질이 좋아지고, 학생들에게도 ‘인간적인 학교’라는 자부심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학원은 이에 따라 ▦캠퍼스 내 청소용역 근로자 고용실태 조사 ▦캠퍼스 내 공간의 문화적 활용 방안 공동 연구 ▦경희 모델 실행 프로세스 공동 조사 ▦대학 구성원 의견 수렴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 부총장은 “경희대의 이번 실험이 다른 대학들에게도 선례가 되어 퍼져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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