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두시간 잡혔던 회의
예정보다 짧게 1시간 반만에 끝나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서 환영 만찬
한중일 공통 문화코드 강조 공연
3년 반 만에 어렵게 만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는 1일 오후 서울에서 약 네 시간을 함께 보내며 3국 관계를 갈등에서 협력으로 돌릴 방안을 탐색했다. 세 정상은 3국 사이에 복잡하게 얽힌 민감한 현안을 피해가며 최대한 공통 관심사로 논의를 집중시켰지만 팽팽한 긴장감을 감출 수는 없었다.
3국 정상회의 직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냉각된 한일관계를 의식한 듯 “안녕하십니까”라는 한국말로 인사하며 분위기를 유도했다. 그는 역사문제는 입에 올리지 않은 채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한중 정상에 강력히 요청했다는 대목을 소개했다. 그는 정상회의에서는 “특정의 과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리 총리는 역사문제를 지나치지 않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역사문제에 대한 공동인식은 상호신뢰의 전제조건이므로 정상회의에서 역사를 비롯해 민감한 문제 타당하게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는 3국 협력 체제, 정상회의 체제가 다시 파장을 겪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2012년 일본의 역사도발로 3국 협력과 정상회의가 중단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정상회담은 당초 2시간으로 잡혀 있었지만 1시간 반 만에 끝났다. 청와대는 “정상회의에서 특정 쟁점 사안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지 않아 회의가 일찍 끝났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대체로 3국 협력 체제 정상가동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날 저녁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아베 총리와 리 총리를 초청해 환영 만찬을 함께 했다. ‘문화를 매개로 한 협력’의 뜻을 담은 장소 선택이었다. 전통의상을 차려 입고 청사초롱을 든 3국 어린이들이 만찬장에 들어서는 세 정상을 맞이했다. 어린이들은 도라지타령(한국) 후루사또(일본) 모리화(중국) 노래를 합창했다. 또 거문고와 일본의 고토, 중국의 쟁 등 3국을 대표하는 현악기 연주자들이 3국의 민요를 연주해 우애를 과시했다. 박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비온 뒤 땅이 굳는다는 격언은 3국에서 비슷하게 쓰이고 있는데, 우리의 노력으로 3국의 신뢰ㆍ협력의 관행을 비온 뒤 땅처럼 굳게 만들 수 있다”며 3국 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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