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후 MBCㆍKBS 논란된 주요 인사조치
“방송을 하고 싶어 (방송사를) 그만 뒀다.”
2012년 김재철 퇴진과 공정방송을 주장하며 파업에 참가했던 문지애 MBC 아나운서는 사표를 던지며 이렇게 설명했다. MBC 간판급 아나운서였던 그는 파업 뒤 단 한 편의 프로그램에도 출연하지 못하다 이듬해 봄 MBC를 떠났다.
최근 KBS MBC의 파행적인 인사 조치를 살펴보면 보도ㆍ시사교양에서 현안에 침묵하고, 전반적으로 볼 만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평을 듣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비리를 고발하고 권력을 감시하는 첨병에 서야 할 기자, PD들을 경영진이 해고, 정직, 비제작부서나 교육프로그램 인사발령 등으로 일을 못하게 막고 있는 실정이다.
2012년 170일에 걸친 파업 이후 MBC의 인사탄압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파업 기간 정영하 노조위원장,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 최승호 전 PD 등 6명을 해고하고 38명에 정직처분을 내린 것부터, MBC의 세월호 참사 보도를 비판하는 웹툰을 그려 올해 1월 해고된 권성민 PD까지 지난 3년 간 200여명이나 되는 기자ㆍPD가 해고ㆍ정직ㆍ대기발령 부당전보 등 징계를 받았다. 이러한 인사 관련 소송, 파업 관련 형사소송과 손해배상소송 등 MBC가 내부구성원과 벌인 소송이 같은 기간 30여건에 이르고 이 중 대부분은 사측이 패소했다.
시사고발 프로그램 죽이기는 더욱 노골적이어서 영화 ‘제보자’의 주인공인 한학수 PD를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내는 등 ‘PD 수첩’ PD들을 비제작부서로 발령 내고 시사교양국을 해체했다. MBC 노조 관계자는 “한때 MBC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선구자였다”며 “지금은 전멸”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MBC는 지난달 기자ㆍPDㆍ아나운서 등 직종구분을 없애는 조직개편 후에도 10명을 현 직종과 무관한 부서로 발령냈다.
KBS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7월 KBS는 지난해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 보도에 청와대 개입을 폭로한 뒤 길환영 전 사장의 출근저지 투쟁에 참가한 KBS 새노조 조합원 9명에 대해 뒤늦게 정직 및 감봉처분을 내렸다. 바로 전날엔 ‘이승만 일본 망명 요청’ 보도를 낸 간부급 책임자들을 평기자로 좌천시켰다. 최근엔 이승만ㆍ박정희 정권 당시 친일행적자와 일본인에게 훈장을 수여했다는 내용이 담긴 ‘시사기획 창-훈장2부작’이 불방되는 한편 제작진에 대한 인사발령도 진행됐다.
KBS 새노조 관계자는 “뉴라이트 사관을 가진 이인호 KBS이사장의 심기를 거스르는 제작은 물론 관련 인사도 내치려는 경영진의 학살”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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