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진 것 없나 공제항목 꼼꼼히 살펴봐야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 사용, 절세 금융상품에도 관심
연소득이 5,500만원인 직장인 A씨는 5일 국세청 홈택스 사이트를 통해 ‘미리 보는 연말정산’ 프로그램을 돌려 봤다. 국세청이 제공하는 자료를 기초로 지난해보다 오른 급여 등 몇 가지를 보정해봤더니, 내년 초 토해내야 할 세금이 90만원으로 나왔다. 자녀 둘의 인적 공제를 받고 신용ㆍ체크카드, 현금영수증을 3,000만원 정도 쓰고 본인과 자녀 병원비를 200만원이나 썼는데도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는 사실이 허탈하기만 했다.
하지만 소득공제 내역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올해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하나도 넣지 않은 사실이 눈에 띄었다. 공제한도금액인 240만원을 납입하는 것으로 다시 해봤더니, 세금이 76만원으로 14만원이나 줄어들었다.
매년 1월이면 직장인들의 관심이 세금에 쏠린다. 한 때는 ‘13월의 보너스’로 불릴 때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세금을 추가 납부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세금 폭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안타깝게도 연말까지 남은 두 달, A씨처럼 세금을 더 낼 처지의 직장인이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고 봐야 한다. 세금 좀 더 돌려받겠다고 소비(카드 등 사용)를 늘릴 수도 없고, 인적 공제를 억지로 추가할 방법도 없다. 그렇다고 의료비 공제를 위해 일부러 병원을 찾을 수도 없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세금 폭탄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어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있다고 조언한다.
빠지기 쉬운 공제항목부터 점검해보자
전문가들은 일단 “빠지기 쉬운 공제항목을 챙기라”고 말한다. 먼저 1인당 200만원의 인적공제를 받을 수 있는 장애인 추가공제에 암환자 등 중증환자도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보통 암환자 등은 장애인복지법 등에서 장애인의 범위에 들지 않는데, 세법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 즉 지병 때문에 평소 치료가 필요하고 취학이나 취업이 곤란한 사람도 똑 같은 세금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연말정산을 할 때 의료기관에서 발행하는 장애인 증명서를 제출하면 되는데, 76만원을 환급해야 할 A씨의 경우 부양가족 중 암환자가 있다고 가정하면 추가로 낼 세금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질 정도로 혜택이 크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반전세 입주자라면 월세공제를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예컨대 2억원 전세로 살고 있다가 올해부터 20만원씩 매달 추가로 돈을 내는 직장인은 연 월세 총액 240만원의 10%인 24만원의 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 최대 75만원(월세 총액 750만원)까지가 한도이며, 총급여가 연 7,000만원 이하여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구입비 지출 증빙도 의료비 공제를 위해 사전에 챙겨야 한다. 나이와 소득의 제한 없이 인당 연 50만원 이내의 금액에 한해 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시력교정용으로 구입을 했다는 확인 영수증만 있으면 된다. 체육복을 포함한 교복도 중ㆍ고등학생 한 명당 연 50만원까지 교육비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취학 전 아동을 두고 있다면 주 1회 이상 다니는 학원이나 체육시설의 수강료도 대상이 된다는 점,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신용카드 사용액 채웠다면 체크카드에 올인 하자
전문가들은 “카드 사용 금액이 총급여의 25% 이상을 넘어섰다면 신용카드는 가급적 사용하지 말고 체크카드나 현금영수증 사용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총 급여가 5,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1,250만원을 초과하는 신용ㆍ체크카드ㆍ현금영수증 사용액에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신용카드(공제율 15%)의 사용액이 이 기준을 넘었다면,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30%)을 쓰면 두 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지금이라도 세액공제가 되는 연금저축 등 금융상품에 여유자금을 넣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의 경우 총 급여로 5,500만원 이하는 16.5%, 그 이상은 13.2%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주택청약종합저축과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도 납입액의 4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신현조 우리은행 PB 팀장은 “지금 당장 카드 사용액을 늘린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결국 혜택이 제공되는 금융상품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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