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촉발된 도핑 스캔들이 마라톤 강국 케냐로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금지약물 복용 위험지대로 주목 받으며 불신에 휩싸인 케냐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영국 BBC방송은 15일 “케냐가 러시아의 징계에 자극 받아 반도핑기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그간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도핑문제에 빨간 불이 켜진 케냐에 지속적으로 반도핑기구 설립을 요청했고, 케냐 육상협회도 지난 1월 자국 선수들에 대한 테스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공염불에 그쳤다.
케냐의 이례적인 신속대응은 14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도핑 파문에 휩싸인 러시아육상경기연맹에 “모든 러시아 육상선수의 국제 육상대회 출전을 잠정적으로 금지한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WADA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2013년 기준 전세계 도핑 적발 건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악명이 높다. 이번 출전 금지로 러시아 육상 선수들은 IAAF가 주최하는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는 물론 내년 8월 리우 올림픽 출전도 불투명하게 됐다.
IAAF의 강경대응에 지금껏 ‘반도핑기구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사무실조차 갖추지 않았던 케냐는 하루 만에 반도핑 기구를 설립, “도핑 전문가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의혹 선수를 추적할 것”이라며 꼬리를 내렸다. 케냐체육회는 “새로 설립하는 반도핑 기구는 해외에서 뛰는 케냐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의혹도 밝혀낼 것이다. WADA와 협력해 금지약물 추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간 도핑 반응에서 케냐 육상 선수들이 꾸준히 적발돼 불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은 11일 “러시아 (도핑) 고발자는 러시아뿐 아니라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도핑문제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케냐 최고 선수들은 러시아 선수들보다 더하지만 그들에 대한 조사 수준은 매우 제한돼 있다”고 보도했다. 킵 케이노(75) 케냐 체육회 의장도 “케냐가 금지약물 복용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육상계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지금도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밝힌바 있다.
한편 지난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도핑 양성반응을 보인 여자 400m 조이스 자카리(29)와 여자 400m 허들 코키 마눈가(24) 모두 케냐 선수다. 가디언은 최근 2년간 케냐 육상 선수 40여명이 도핑 테스트에 걸렸다고 보도한 바 있고, 2013년과 2014년 보스턴 마라톤과 시카고 마라톤 2연패를 차지한 케냐의 ‘마라톤 여제’ 리타 젭투(33)도 도핑 양성반응으로 상금과 메달을 반납하기도 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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