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다 모이니 밥을 안 먹어도 든든한 것 같다.”
한국 마라톤의 영웅 황영조(45)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은 연회장을 빼곡하게 채운 200여명의 후배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제 61회 ‘한반도 통일 대역전 경주대회: 한라에서 백두까지(구 부산~서울 대역전 경주대회 ㆍ이하 한반도 역전마라톤)’가 열리기 하루 전인 16일, 개회식이 펼쳐진 제주 오리엔탈 호텔 연회장은 전국에서 모인 건각들로 꽉 찼다. 이번 대회가 지난해 60주년 기념 대회를 제외하고는 12팀으로 역대 최다팀이 참가한 만큼 잔치도 더욱 풍성했다. 개회식 전 열렸던 감독자 회의에서만 해도 전운이 감돌았지만, 만찬이 시작되자 육상인들은 이내 ‘호형호제’하며 경계심을 풀고 그간의 소식을 주고 받았다.
이 자리에는 이기웅 대한육상경기연맹 부회장, 이종승 한국일보 사장,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 권영수 제주도 행정부지사 등도 참석해 선수단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은 “한반도 역전마라톤은 한국 마라톤의 우수성을 세계에 과시했던 선배들을 배출하고, 세계 정상급 마라토너의 등용문으로 명성을 떨쳐 왔다”며 대회의 의미를 짚었다. 권 행정부지사는 “올해 대회는 한반도 제일 남쪽에서 시작해 완전한 통일의 의미를 담고 달린다”면서 “개성공단을 거쳐 평양, 신의주, 백두까지 남북선수들이 함께 달리는 진정한 한반도 역전마라톤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2015 미스코리아 진 이민지(24)씨는 이날 선수들을 위한 축가를 자청했다. 성신여대 성악과를 졸업한 이씨는 오페라 라보엠에 등장하는 ‘무제타의 왈츠’를 불러 분위기를 돋우었다. 이씨는 “ ‘길을 따라 걸으면 모두가 나를 쳐다본다’라는 가사의 내용을 빌려 선수들이 경기를 잘 치르라는 응원의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제주=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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