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왜 이러세요”소리에 추행미수 30대, 실형

서울고법 형사9부(황한식 부장)는 여고생을 껴안으려다 소리치자 멈추고 달아난 30대에 대한 파기 환송심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제추행 미수죄를 인정, 실형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다른 주거침입죄까지 합해 징역 1년6월이 선고됐다.

박모(30)씨는 지난해 3월 경기 광명시에서 술에 취해 배회하던 중 혼자 걸어가는 A(17·)양을 발견하고 뒤따라갔다. 마스크를 한 채 200m 가량 따라가다 인적이 없는 곳에 이르자 1m 가까이 접근해 양팔로 껴안으려고 했다. 이 때 A양이 뒤돌아보며 “왜 이러세요”라고 소리치자 그는 몇 초 간 쳐다보다 되돌아갔다.

재판부는 “실제 박씨의 팔이 몸에 닿지 않았다고 해도 양팔로 갑자기 껴안으려는 행위는 A양의 의사에 반하는 폭행행위로 ‘기습추행’으로 인정 된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박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징역 1년6월을 선고했으나, 2심은 “반항하지 못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강제추행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추행하기 위해 뒤따라간 만큼 범행의 고의성이 인정되는데다, 갑자기 뒤에서 껴안으려 한 행위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는 기습추행으로 볼 수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