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017년부터 다국적기업의 모회사는 국가별로 벌어들인 소득과 세금, 사업활동의 배분 내역 등을 상세히 기록해 과세관할국에 보고해야 한다. 국가간 조세조약을 악용한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각국은 기존에 맺었던 조세조약을 전부 뜯어고친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16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이런 내용을 담은 ‘다국적기업의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 문제’(BEPS) 프로젝트 조치사항을 승인했다. 구글이나 애플 등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 행태를 바로잡자는, 이른바 ‘구글세’를 도입하자는 국제적 차원의 논의가 최종 확정된 것이다. 각국은 이번에 승인된 조치사항을 입법화와 조세조약 개정 등을 통해 이행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BEPS 조치사항 별로 이행 강제력의 차이가 있다. 그 중 ‘최소 기준’에 대해서는 G20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40개국이 강제 이행 의무를 진다.
G20가 합의한 첫번째 ‘최소 기준’은 조세조약 남용 방지 방안이다. 40개국은 지금까지 각자 다른 나라와 맺어온 양자간 조세조약에 ‘조약 쇼핑(Treaty shopping) 등을 통한 비과세ㆍ과세 경감 기회 방지를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일부 다국적 기업은 조세조약상 유리한 세율이 부과되는 나라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수법으로 세금을 피해왔기 때문이다. 또 조약 내용에 ‘해당 체약국 거주자가 거주지국과 충분한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을 때만 조약 혜택을 부과한다’ 또는 ‘거래의 목적이 조약 혜택을 받기 위한 경우는 조약 혜택을 주지 않는다’고 명시하기로 했다.
배당이나 부동산을 통한 조세회피 방지 방안도 조세조약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앞으로 배당을 받는 법인은 대주주(주식 25% 이상 보유) 자격을 이유로 배당소득세 감면을 받으려면 해당 주식을 최소 1년간 보유해야 한다. 또 앞으로는 1년 중 한 번이라도 부동산 비중이 50%를 넘으면 부동산 소재지국에서 과세를 할 수 있다. 한국은 내년 상반기까지 자체 이행 방안을 확정해 다른 나라와 맺은 조세조약과 관련 국내법 개정에 나선다.
아울러 G20은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각 나라에서 벌어들인 소득과 세금에 대한 상세 보고서를 제출 받아 이 정보를 국제적으로 교환하기로 했다. 다국적 기업이 로열티나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마치 저세율국에서 소득 대부분이 발생한 것처럼 꾸며 상대적 고세율국의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따라서 앞으로 다국적기업의 최종 모회사는 모회사의 과세관할권에 매년 ‘국가별 보고서’를 제출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이어 과세당국들은 제출 받은 정보를 다른 나라들과 다자간, 혹은 양자간에 교환하게 된다. 한국 정부는 내년 세법 개정안에 국가별 보고서 제출의 법적 근거를 포함시킬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구글이나 애플 등 다국적기업이 한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새롭게 발견되면 과세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삼성 현대차 등 외국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의 정보도 외국 과세당국에 건너간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