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난 고인의 정치적 아들"
상주役 자처하며 빈소 지켜
거동 불편한 최형우 말 못 잇고 오열
김수한·서청원 등 발길 이어져
손명순 여사 충격 탓 다시 자택으로
"통합과 화합" 2년 전 필담으로
현철씨, 마지막 메시지 전해
문재인 "민주주의 정신 계승할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진 22일 새벽부터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는 상도동계 정치인뿐만 아니라 각계의 조문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특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최형우 전 내무부장관 등 상도동계 인사들은 김 전 대통령 차남인 김현철씨와 함께 상주 역할을 자처하며 빈소를 지키고 통곡까지 하는 등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상도동계 상주 노릇부터 통곡까지
이날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지자 이른 새벽부터 상도동계 정치인들이 장례식장에 가장 먼저 찾아왔다. 오전 2시 20분쯤 상도동계 인사로는 처음으로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장례식장을 찾았고, 오전 4시쯤에는 문정수 전 부산시장이 김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을 들고 장례식장으로 들어왔다.
오전 8시 37분쯤 병원을 찾은 김무성 대표는 “나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다. 고인 가시는 길을 정성 다해 모시겠다”며 상주 자리에 눌러 앉았다. 그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최초의 문민 정부를 연 대통령이었다”며 “대통령 재임 중 누구도 흉내내지 못한 위대한 개혁 업적을 만드신 불세출의 영웅이었다”고 회고했다. 김 대표는 문민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내무부 차관을 지냈고, 이후에도 주요 정치적 현안이 있을 때마다 조언을 구하는 등 고인과 각별한 관계를 이어왔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오전 8시 40분쯤 빈소를 찾아 “김 전 대통령은 저의 정치적 대부”라며 “과거에 제가 모시고 민주화 운동을 같이 했다. 대한민국의 큰 별이 가셨다”고 애통한 심정을 표현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야당 총재 시절 비서실장을, 문민정부에서는 정무장관 등을 지냈다.
오전 11시 30분쯤 빈소에 도착한 최형우 전 장관은 들어서자마자 오열했다. 뇌졸중 후유증 때문에 주변의 부축으로 가까스로 빈소에 들어온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을 보고 바닥에 주저 앉아 아무 말도 못한 채 “어이구…어이구”만 반복하며 흐느꼈다. 상도동계 1세대로 불리는 최 전 장관은 문민정부 시절 민자당 사무총장과 내무부 장관을 맡는 등 김 전 대통령의 오른팔 역할을 하며 차기 대선주자로도 분류됐으나 1997년 갑자기 찾아온 뇌졸중으로 정계를 은퇴했다. 문민정부 시절 당정청 요직을 담당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덕룡 전 의원, 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 등의 발길도 이어졌다. 신민당 때 같이 활동했던 이철승 전 의원도 다녀갔다.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는 이날 오전 10시 15분쯤 휠체어를 탄 채 장례식장에 도착해 빈소를 지켰지만, 고령에다 충격 탓인지 오후 3시 55분쯤 자택으로 다시 돌아갔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마지막 3김(金) 김종필…동교동계 인사들도 찾아
해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조화가 오전 10시쯤 영결식장에 도착한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의 조문도 하루 종일 계속됐다. 오전 11시쯤 빈소를 찾은 이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킨 마지막 인물이 이제 사라졌다”면서 “참 건강하셔서 오래 사실 걸로 생각했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해 대선 판도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현대 정치사의 한 획을 그었던 ‘3김 시대’ 주역 중 마지막 생존 인사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도 오전 8시 40분쯤 휠체어를 탄 채 빈소를 방문했다. 김 전 총리는 현철씨에게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 잊히지 않는 게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였다”고 회고했다. 이에 현철씨는 “아버님이 2013년 입원했을 때도 사실 말씀을 잘 못하셨는데 그 때 필담으로 ‘통합과 화합’이라 쓰고는 우리가 필요한 거라고 하셨다. 그 뒤로는 말씀도 못 하시고 필담을 포함해 일체의 대화가 안 됐다”며 고인의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김 전 대통령과 동향(거제도) 출신에 경남중ㆍ고 후배이기도 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오전 11시 10분쯤 빈소를 찾아 “지금 민주주의가 다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만들어내고 민주화 운동을 이끄셨던 김 전 대통령이 떠나신 것이 너무 아쉽다”며 애통한 심정을 표했다. 그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던 김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정신과 철학을 우리가 다시 기리고 계승할 때”라고 말했다.
이 밖에 한화갑 정대철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도 잇따라 모습을 비쳤고,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과 고건 한승수 전 국무총리, 박희태 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 이날 오후 8시까지 각계 인사 3,000여명이 빈소를 찾았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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