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시민들 집집마다 조기 게양
경남중고 YS 동기들 합동 조문
“예전 ‘미래의 대통령’ 글귀 선명”
광주 5ㆍ18 단체들도 추도 성명
“명예회복 힘쓴 YS에 각별한 애정”
보내는 길이 아쉬워 전국이 추위로 얼어 붙었다. 그럼에도 전국의 많은 시민들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엄수된 26일 각지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거나 묵념을 올리며 저마다 애도를 표했다.
26일 오후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광장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김 전 대통령 영정 앞에 국화꽃을 바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분향소를 지키던 주요 인사들이 영결식에 참석하려고 자리를 비워 영정 속 김 전 대통령만이 시민들을 미소로 맞았다.
경기 안양에서 조문을 온 김병덕(64)씨는 “평생 국가를 위해 노력한 분이기에 서울대병원에서 운구 행렬을 보고 마지막 가시는 길에 꽃 한송이 바치려고 분향소를 찾았다”며 “정치인들이 그 분의 큰 뜻을 이어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를 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박영환(57ㆍ부산)씨는 “김영삼ㆍ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은 우리나라 민주화를 이뤄낸 큰 정치적 지도자인데 이제 두분 모두 이렇게 떠나게 돼 안타깝다”고 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가 위치한 경남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 대계마을은 마을주민 20여명이 마을회관에 모여 영결식 방송을 함께 지켜봤다. 배성권(38) 대계마을 이장은 “영결식만큼이나 마을의 분위기도 엄숙했다”며 “주민들은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남 거제시 시민들은 집집마다 조기를 게양했다.
고 김 전 대통령의 모교인 부산 경남고등학교 동문들도 애도를 표했다. 경남중ㆍ고교 총동창회 관계자와 경남고 교직원 등 6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 부산 서구 동대신동 경남고 분향소를 찾아 합동 조문했다. 이 자리에는 80대 고령인 1949년 졸업생 동기회(3회) 6~7명도 참석했다.
고 김 전 대통령의 동기인 신현익(86)옹은 “경남중 4학년(당시 중학교 6년제) 때 부산 서구에 있던 고인의 하숙집에 갔던 게 기억난다. 책상머리에 붙은 ‘미래의 대통령’이라는 글귀가 아직도 선명하다”며 “큰 꿈을 가지고 생전에 국가를 위해 헌신한 만큼 이제는 좋은 곳으로 가서 편히 쉬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남고 1~2학년 학생들은 영결식이 시작된 이날 오후 2시 수업 중 묵념에 동참했다.
광주시청 등 광주전남에서도 막바지 조문이 이어졌다. 광주시청을 비롯해 광주·전남에는 모두 29곳에 분향소가 마련됐다.
특히 광주는 5.18 특별법 제정 등 5.18 명예회복을 위해 힘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애착이 컸던 만큼 추모 분위기는 더욱 각별했다. 5ㆍ18 관련 3단체의 애도 성명 발표와 조문이 잇따랐고, 시내 주요 거점에는 김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현수막이 걸려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시민 박광민(58)씨는“첫눈이 와 시민들의 마음이 들떴지만 김 전 대통령이 떠나는 날이라 좋아하지도 못했다”면서“김 전 대통령은 광주ㆍ전남 지역민들에게는 특별한 것이 있다”고 슬퍼했다.
한편 5ㆍ18 재단과 5ㆍ18 3단체 등은 특별법 제정 20주년인 올해 김 전 대통령의 역사 바로 세우기 공로를 기리는 공로패를 유가족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행정자치부는 25일 오후 11시 기준 전국에 마련된 221개 분향소와 국회의사당에 설치된 정부대표 분향소에서 16만5,629명(누계)이 조문했다고 밝혔다. 22일에는 1,300명이 찾은데 이어 23일 3만9,602명, 24일 5만2,295명, 25일 6만9,399명이 조문했다. 정부대표 분향소에는 3,033명이 다녀갔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광주=박경우기자 gwpark@hankookilbo.com 부산=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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