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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도로 사라지니 임대료 껑충.. 영세상인은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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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도로 사라지니 임대료 껑충.. 영세상인은 울상

입력
2015.11.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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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철거 후 부동산 값 치솟아

월세도 법정 상한선 넘게 급등

프랜차이즈에 토박이 상점 밀려나

지난 9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서대문고가차도로. 지난 7월 철거 공사가 시작될 당시의 모습(왼쪽)과 철거 공사가 완료된 모습(오른쪽). 연합뉴스
지난 9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서대문고가차도로. 지난 7월 철거 공사가 시작될 당시의 모습(왼쪽)과 철거 공사가 완료된 모습(오른쪽).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평동 서대문역 인근에서 20여년간 자영업을 하는 박모(58)씨는 최근 건물주로부터 가게를 빼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상가 앞을 가로막던 서대문고가도로가 철거되며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자 건물주가 재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박씨는 30일 “건물주가 건물을 철거하겠다며 점포 20여곳 모두에 나가달라고 통보했다”며 “현재 임대료는 월 110만원인데 재개발 후에는 400만~500만원으로 예상돼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할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2012년 철거된 서울 서대문구 홍제고가도로 인근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김모(38)씨도 고가도로를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건물주가 고가도로 철거를 핑계로 월세를 200만원이나 올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역세권인 홍제역 근처는 임대료가 너무 올라 개인 자영업자는 입주를 꿈도 꾸지 못한다”며 “토박이 상점이 나간 자리는 이미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차지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철거한 고가도로 주변의 부동산 값이 치솟으며 영세 상인들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고가도로는 경제개발 시기인 1970년대 서울시 교통량 해소 방안으로 우후죽순 생겨났다. 하지만 최근 도시 미관이 중요해지고, 무분별한 고가도로가 오히려 교통체증의 원인으로 꼽히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추세다. 시가 철거한 고가도로는 2002년 동대문구 떡전고가도로를 시작으로 올해 서대문구 고가도로까지 18개로, 아직 83개가 남아있다.

1968년 설치된 아현고가도로, 지난해 2월 철거가 예정돼 텅 비어 있다.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1968년 설치된 아현고가도로, 지난해 2월 철거가 예정돼 텅 비어 있다.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jsknight@hankookilbo.com

본보가 서울시내 철거된 고가도로 가운데 서대문, 홍제, 약수, 아현 고가도로 주변 상점과 부동산업체를 돌아본 결과 예외 없이 임대료와 매매가격 등 부동산 가격이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철거된 아현고가도로 인근 상가 매매가격은 3.3㎡(1평)에 3,000만원 하던 곳이 1년 만에 70% 가까이 올라 5,000만원을 육박했다. 홍제고가도로 인근 상가의 권리금은 기존 5,000만원에서 현재 1억원으로 두 배가량 폭등했다.

홍제고가도로 인근의 H부동산 사장 임모(44)씨는 “고가도로가 있었을 때는 (재계약 때) 많이 올려봐야 월세를 5만원가량 올렸는데 지금은 평균인상폭이 50만원”이라며 “재계약 때마다 임대료 인상 상한선(보증금 4억 이하의 경우)인 9%에 육박할 정도로 가파르게 오르고 권리금도 60~70%가량 급증했다”고 말했다. 약수고가도로 근처의 B부동산 관계자는 “권리금을 주지 않겠다고 위협해 임대료를 30~40% 이상 올리고는 다운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털어놨다.

영세 상인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은 임대료 인상뿐이 아니다. 고가도로 철거 이후 대형 프랜차이즈 상점들이 앞다퉈 들어서면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켰던 토박이 자영업자들이 축출되는 상가 재편 현상도 수반되고 있다. 서대문고가도로 근처의 H공인중개사 대표 김모(48)씨는 “과거 서대문우체국이 있던 자리 근처에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들어오면서 뒷골목에 있던 카페, 식당 상권이 확 죽었다”고 말했다. 약수고가도로 근처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51)씨는 “임대료는 9% 가까이 올랐는데 상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로 상가가 우후죽순 들어서 매출은 오히려 20%가량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시가 보행자 공원화를 추진중인 서울역 고가도로 정경.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서울시가 보행자 공원화를 추진중인 서울역 고가도로 정경.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서울시는 도심 재개발 차원에서 접근하는 문제인 만큼 일부 상인의 피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을(乙)’의 입장인 영세 상인의 생존권도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시가 지구단위 계획을 세워 건물주가 임대료를 과도하게 높이지 않도록 중재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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