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우리나라 수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문호가 더욱 넓어진다. 중국의 5대 수입국 가운데 FTA를 체결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어서 일정 기간 선점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0조4,000억달러로 우리나라(1조4,000억 달러)의 7배가 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따라서 중국 시장의 개방으로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정부가 국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중 FTA 발효 즉시 대 중국 수출품목 1,649개(교역액 730억 달러), 대 중국 수입품목 6,108개(교역액 418억 달러)의 관세가 사라진다. 이는 한-미 교역액(1,036억달러)을 넘어서는 규모다.
향후 20년간 개방이 모두 이뤄지면 품목수 기준 91%(7,428개), 수입액 기준 85%(1,417억 달러)의 관세가 철폐된다. 48시간 이내 통관, 700달러 이하는 원산지증명서 제출 면제 등 국내 수출·투자 기업의 비관세 장벽도 해소된다.
장기적으로는 문화·관광 교류 활성화,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정부는 한·중 FTA 발효로 10년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9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개방 수준은 품목수 기준 92.2%(1만1,272개), 수입액 기준 91.2%(736.4억 달러)로, 이미 발효된 한미 FTA 등 다른 FTA보다 낮은 편이다. 우리의 취약 산업인 농수산물을 보호했기 때문이다.
우선 제조업과 공산품이 큰 혜택을 누릴 전망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섬유와 의류는 한국의 보호 수준이 높고 중국에서 개방을 확대해 우리의 이익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지난해 30억 달러가 넘는 무역적자를 기록한 의류는 중국이 대부분 품목에서 평균 10년의 단기 관세 철폐를 수용해 우리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분석됐다.
화장품, 도료·안료, 계면활성제 등에서 흑자를 내는 화학산업도 유리하다. 한국의 개방 수준이 다소 높지만 전반적으로 양쪽 모두 개방을 확대해 대중 수출이 늘어나고 국제분업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대체로 한국의 기술과 품질 경쟁력이 높은 기계 분야도 중국이 관세 조기철폐에 동의해 우리 기업이 수출 확대에 도움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제품은 한국이 관세 대부분을 즉시 철폐하기로 했고 중국은 10~15년에 걸쳐 없앤다. 우리는 최대 수출 품목으로 9%에 이르는 항공유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해 큰 수혜가 예상된다. 하지만 국제 유가 하락, 중국의 생산설비 확장 등으로 대중 수출 전망이 아직 불투명하다.
한국이 큰 폭의 무역흑자를 보이는 석유화학제품은 우리나라가 관세 대부분을 즉시 또는 5년 내에 철폐하지만 중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파라크실렌, 폴리프로필렌, TPA 등 주력 품목을 철폐에서 제외했고 상당수 품목에 15년 장기 철폐를 도입했다.
반도체, 컴퓨터 주변 기기 등 이미 무관세 품목이 많은 전자 분야, 양국 모두 보호 수준이 높은 전기 분야 등은 영향이 거의 없을 전망이다. 철강제품도 양국 관세가 비슷하고 관세철폐 수준도 유사해 세부 품목별 효과가 엇갈릴 전망이다. 저가 제품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중국이 FTA를 계기로 한국 투자를 확대해 공격적으로 나오면 리 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취약산업인 농수산업은 정부가 상당 품목을 보호했다고 하지만 추가 개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부는 일단 한ㆍ중 FTA가 농축산업 분야에 미치는 타격이 크지 않을 거라고 본다. 지난해 말 FTA 타결 당시 중국에서 수입하는 농축산물 가운데 60%(수입액 기준)를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했고 그 중 30%에 대해서는 관세 인하도 하지 않는 ‘양허 제외’ 지위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물론 한ㆍ중 FTA의 영향을 평가한 결과 향후 20년간 농림업 분야에서 1,540억원, 수산업에서는 2,079억원의 피해가 예상되지만 이번 지원책으로 충분히 만회가 될 거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가는 일부 밭작물과 김치 수입 증가, 조개류나 양식용 뱀장어 등에 대한 중국의 저가 공세로 상당한 피해를 예상하고 있다.
한편 한ㆍ베트남 FTA, 한ㆍ뉴질랜드 FTA도 발효되면 향후 15년간 제조업 생산이 각각 연평균 4,600억원, 2,7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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