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시 쓰레기산사태 현장 8m 아래 흙더미 속에 갇혀있던 19세 남성이 67시간 만에 처음으로 구조됐다. 중국 지도부는 37년 만에 중앙도시공작(업무)회의를 열고, ‘안전제일’을 강조하며 도시 정책의 대전환을 시사했다.
신화통신에 등에 따르면 23일 오전 6시38분 선전 광밍(光明)신구 류시(柳溪)공업단지 부근 건물 붕괴 잔해에서 충칭(重慶) 출신 19세의 남성 톈쩌밍(田澤明)이 구출됐다. 구조대는 전날 생명체 신호를 감지한 뒤 집중 수색 작업을 벌여 이날 오전 3시30분 8m 아래 흙더미 속에서 생존자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러나 톈쩌밍의 다리가 건물 잔해에 눌려 있었다. 구조대는 3시간여 작업 끝에 통로를 확보, 톈쩌밍을 끄집어내는 데 성공했다. 구조에 참여했던 경찰관은 “소방관들이 좁은 통로로 기어들어가 잔해를 일일이 손으로 치운 뒤 구조했다”고 구조 당시 상황을 전했다. 톈씨는 구출되고 나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고 북경만보(北京晩報)가 전했다. 톈씨는 사고 직후 주위에 떨어진 과쯔(瓜子·해바라기씨 등에 소금과 향료를 넣고 볶은 것)와 유자 등 간식을 먹고 며칠을 버텼다고 말했다. 또 사고 후 좁은 공간에서 어머니를 생각했으며 반드시 빠져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채 돌로 벽을 두드려 구조 신호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한 때 톈쩌밍이 구조된 곳 옆에 또 한 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인 결과 이미 사망한 뒤였다. 33개 동의 공장과 기숙사가 매몰된 이번 사고는 20일 오전11시40분 건축 폐기물 등으로 쌓아 올린 쓰레기산이 무너지며 발생했다. 당초 채석장이었던 이 곳은 도시 건설 과정에서 처리해야 하는 건축 폐기물과 쓰레기가 쌓여 높이가 100m나 되는 쓰레기산으로 둔갑했고 약간의 비에 그대로 붕괴됐다.
이번 사건으로 중국 최고 지도부는 그 동안 고속 성장을 우선시하며 안전을 도외시 한 도시 관리를 돌아보게 됐다. 이와 관련 20, 21일 베이징(北京)에서 중앙도시공작회의가 열렸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이 자리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전원 참석했다. 중국에서 중앙도시공작회의가 열린 건 1978년 이후 처음이다. 78년은 중국이 개혁개방을 선언한 해다. 중국이 37년 만에 중앙도시공작회의를 다시 연 것은 그 동안의 도시 정책을 전환하겠다는 신호다.
신경보는 회의에서 안전을 제일로 놓고, 도시 행정 업무와 발전의 각 영역에서 이를 실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도시화율은 78년 18%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55%까지 상승했다. 그 사이 도시민은 1억7,000만명에서 7억5,000만명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도시의 수도 193개에서 653개로 증가했다. 중국은 현재 매년 2,100만명의 새로운 시민이 생겨나고 있다.
회의에서 사람을 핵심으로 하는 신형도시 건설이 지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자연존중, 자연순응, 자연보호 등을 통해 도시의 생태환경에도 신경을 쓰기로 했다. 잿빛 독성 스모그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2020년까지 도시 내 판자촌과 도시 내 노후 위험 주택들에 대한 철거 및 개조도 마치기로 했다. 장잔빈(張占斌) 국가행정학원 경제학부 주임은 “중국은 이제 도시화에 따른 병폐와 문제를 적극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신경보에 밝혔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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