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강사법 시행 2년 유예
벌써 세 차례나… 대학가 혼란
해고법 변질 논란에도 대안 없어
"시한 지난다고 나아질지…" 한숨
‘강사해고법’논란을 낳은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 시행이 또 다시 2년 유예된다. 강사법은 제정(2011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시행되지 못한 채 세번째로 시행이 미뤄졌다. 이 법은 2012년(1년), 2013년(2년)에도 시행이 유예된 바 있다. 법 시행을 예상한 대학들이 대거로 강사 규모를 줄이기로 방침을 정한 상황에서 유예 결정이 뒤늦게 이뤄지며 대학가는 혼란에 빠졌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3일 법안심사 소위를 열어 강사법 시행을 2년 뒤로 미루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이었던 강사법은 2018년 1월 시행되게 됐다.
강사법은 아르바이트보다 열악한 시간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고용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2011년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시간강사에게 교원지위 부여, 채용 시 공개채용, 임용기간 1년 이상 보장 등이 법의 골자였다. 강사들의 고용불안 해소, 공정한 임용, 처우 개선 등이 법의 취지였지만, 법 통과 당시부터 실질적인 신분보장과 처우보장은 미흡해 대규모 해고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대학들은 법 시행을 앞두고 전임교수들의 강의 시간을 늘리고 강의를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강사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이다. (본보 12월 1일자 1면)
법 제정 이후 이런 문제들이 끊임 없이 지적돼 왔지만 또 다시 대안도 없이 시행만 미뤘다는 점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법 제정 이후 4년 동안 허송세월을 했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상임위는 이날 유예를 결정하면서 ▦내년 상반기 정부ㆍ대학ㆍ강사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 ▦내년 8월까지 현실적인 수정법률안 제출 등을 부대의견으로 제시했지만 구색 맞추기라는 의견이 많다.
이런 상황에 대해 수도권 대학의 한 강사(44)는 “지난 4년 간 정부와 국회는 뭘 했는지 묻고 싶다”며 “2년 뒤에 또 이렇게 가슴을 졸여야 하는지, 2년 뒤에는 정말 나아지는 게 있을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강사법 시행이 불과 1주일 정도 남은 상황에서 유예되면서 대학가는 혼란에 빠졌다. 강사들은 ‘법 시행 후 개선’과 ‘폐기 후 대안 입법 마련’으로 의견이 갈라져 있다. 강의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던 강사들은 혹시나 대학 측이 입장을 바꿔 강의를 배정할지 여부에 대해 조바심을 내고 있다. 강의 해지 통보를 받았다는 서울의 한 사립대 강사(46)는 “강사법이 유예될 경우 학교 측이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했는데 연락이 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법 유예로 급격한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점진적인 강사 규모 축소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지방의 한 사립대 교무처장은 “시행 유예로 당장은 강사를 줄이지 않아도 되지만 고용보장, 처우개선 등을 맞추려면 장기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한 국립대 교무처장은 “본업이 있는 비전업 강사들을 초빙교수, 겸임교수 등으로 계약하는 방안을 강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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