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상처 입은 분들에 사죄ㆍ반성”
韓정부 재단 설립에 日 “10억엔 출연”
尹 외교 “최종ㆍ불가역적 해결 확인”
한일관계 개선의 전기 마련했지만
日 “법적 책임” 끝까지 인정 안 해
소녀상 처리 논란… ‘굴욕외교’ 비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공식 제기된 지 24년여 만에 한국과 일본 정부가 해결 원칙에 합의했다. 일본 정부의 위안부 책임 통감, 아베 신조 총리 명의 사죄와 반성 표명, 한국 정부의 재단 설립과 일본 정부 예산 출연 등이 골자다. 한일관계 개선의 일대 전기가 마련됐지만 일본의 법적 책임 회피가 가능한 문구나 위안부 소녀상 처리 방침 등 논란의 소지도 다분해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2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과 공동기자회견을 잇따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입장 발표에서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또 “아베 총리는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 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 정부의 위안부 지원 목적 재단 설립, 일본 정부 예산 10억엔(한화 약 96억 7,000만원) 출연 합의 내용도 공개했다.
윤 장관은 일본의 예산 출연 조치 이행을 전제로 “이번 발표를 통해 이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을 확인한다”며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ㆍ비판을 자제한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여전히 위안부 강제 동원 등 법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며 딴소리를 할 여지를 뒀다는 점은 협상의 한계로 지적된다. 윤 장관은 특히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과 관련해 “공관의 안녕ㆍ위엄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라고 확인해 논란도 예상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포함된 나눔의 집,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위안부 관련 6개 단체는 이날 밤 공동성명서를 내고 “이번 합의에서 ‘위안부’범죄가 일본 정부 및 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범죄인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되로 받기 위해 말로 줘버린 한국 정부의 외교 행태는 가히 굴욕적”이라고 비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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