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 8년간 집값 무려 두 배 올라
성난 민심 “中에 끌려다니며 경제 망쳐”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집권한 지난 8년 사이 타이베이(臺北)의 집값이 두 배가 됐어요.”
13일 대만 타오위안(桃園)국제공항에서 만난 택시 기사 왕스장(王世章)씨는 16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누가 당선될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국민당에 대한 반감으로 야당인 민진당의 주석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무난하게 당선될 것이라고 그는 호언했다. 실제로 한 복덕방의 유리창엔 방 3개짜리 신축 아파트가 4,380만 대만달러(약 15억원)로 표시돼 있었다. 타이베이의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이미 16배다. 4.9배인 도쿄, 6.1배인 뉴욕은 물론 8.8배인 서울과 비교해도 2배 수준이다.
타이베이시 중심가의 차이 후보 선거 본부로 들어서자 돼지 저금통이 눈길을 끌었다. 주먹만한 크기의 분홍색 돼지 저금통에 모은 돈을 후원금으로 기부하기 위해 온 시민들의 줄이 이어졌다. 왜 민진당을 지지하느냐고 묻자 한 40대 남성은 “국민당이 계속 집권하면 1%의 극소수만 계속 배를 불릴 것”이라며 “차이 후보는 대다수 서민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리옌(李岩ㆍ52)씨도 “중국에 끌려 다니면서 결국 대만 경제를 망친 국민당이 너무 싫어 민진당을 찍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만의 경제난은 보다 심각했다. 지난해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0.8%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저성장 경제 구조는 특히 20,30 청춘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어렵지만 입사한다 해도 대졸 신입사원 월급은 평균 2만4,000대만달러(약 86만6,000원) 밖에 안 된다. 이 가운데 4분의1 이상은 집세로 나간다.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 교류의 확대는 대만의 경제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었다. 양안을 오가는 인구가 연간 800만명 수준까지 늘고 대륙 중국인이 대만 부동산에 눈독을 들이며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여기에 대만 기업들이 값싼 임금과 큰 시장을 찾아 중국으로 공장과 연구개발시설까지 옮기면서 정작 대만에선 산업 공동화가 일어났다. 부유층은 이렇게 번 돈을 대만으로 가져 오는 대신 해외에서 소비했다.
한국, 홍콩,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의 4룡으로 추앙받던 대만의 냉혹한 현 주소는 집권당에 대한 심판으로 현실화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대학생 톈리(田莉)씨는 “중국은 부패한 독재 사회지만 대만은 선거로 지도자를 뽑는 민주 사회”라며 “우린 중국인이 아니라 대만인”이라고 강조했다. 차이 후보 선거 본부의 한 자원봉사자는 “사실상 중국과 경제적 융합을 꾀한 마 총통의 친중 정책이 집값 폭등과 일자리 실종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민진당의 TV 선거 광고는 이러한 청춘과 서민의 분노를 겨냥하고 있었다. 민진당 광고는 20세 생일 축하 파티 장면을 담은 뒤 “20세여, 투표하러 가자”는 문구로 마무리를 했다. 또 다른 민진당의 광고도 고향을 떠나 삭막한 도시에서 힘들게 일하거나 공부하는 젊은 층을 향해 투표일인 16일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투표할 것을 권하고 있었다. 투표일이 각 대학의 기말고사 기간과 겹쳐 민진당을 지지하는 젊은층의 투표율이 저조할 것을 우려한 전략인 셈이다. 반면 국민당의 TV 선거 광고에선 50대 중년 남성의 독백이 나왔다. 총통과 입법의원(우리의 국회의원)까지 함께 뽑는 이번 선거가 사실상 세대간 대결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장면이다.
지난 5일 마지막 여론 조사에서 차이 후보는 4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주 후보는 25%였다. 관심은 차이 후보의 승리 여부가 아니라 과연 어느 정도의 표차가 날지로 모아지고 있다. 16일은 대만의 첫 여성 총통이자 중화권 첫 여성 국가 지도자가 탄생하는 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ㆍ사진 타이베이=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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