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페이스북 페이지나 인스타그램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수익을 안겨주는 매력적인 광고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해킹까지 동원해 이들 서비스 계정을 훔치는 시대가 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의 계정을 해킹해 가로챈 뒤 이를 판매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22)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일당은 2014년 7월부터 11월까지 ‘좋아요’가 최소 20만회 넘는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 62명에게 “쇼핑몰을 운영하는데 광고를 페이지에 게재해주면 1주일에 40만원가량 주겠다”고 접근했다. 이후 운영자들 이메일로 광고의뢰 내용이 담긴 문서 파일을 가장한 해킹 프로그램을 보내 이를 다운로드 받도록 유도했다. 이들은 상대방 키보드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키로깅’ 기능을 활용해 페이지 운영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이후 김씨 일당은 곧바로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운영자의 페이지 관리자 권한을 박탈한 뒤 자신들을 관리자로 등록시켰다. 일부는 아예 페이지 제목을 바꿨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페이지에 접속했는데도 관리자 권한이 없어 원상복구나 수정을 하지 못한 채 엉뚱한 페이지가 뜨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다. 페이스북은 외국에 본사를 두고 있어 해킹 사실을 신고해도 즉각적인 조치를 해주지 않았다.
김씨 일당은 가로챈 페이스북 페이지 20여개를 온라인 중고카페 등을 통해 “‘좋아요’ 수가 높은 페이지를 판매한다”며 구매자를 끌어 모았다. 이들은 제품을 홍보하고 싶은 기업들에 관리자 계정을 페이지당 60만~360만원씩 받고 넘겨줘 총 2,000만원을 챙겼다. 인기 페이지를 구매한 기업들은 확보된 팔로워 수를 바탕으로 페이스북 페이지에 자신들의 제품을 게재하며 광고했다. 김씨 일당은 온라인 마케팅 관련 일을 하며 인기 페이지가 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에게 해킹 프로그램을 제공한 고등학생 이모(18)군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군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13년 8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가명과 가짜 회사명을 사용하며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해킹 프로그램을 건당 10만~100만원씩 49명에게 총 700여만원을 받고 판 혐의다. 독학으로 해킹 기술을 배운 이군은 해킹보안전문가 3급 자격증 소지자다.
SNS 마케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해킹뿐만 아니라 유령계정을 넘겨주거나 자동으로 ‘좋아요’를 눌러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 계정으로 둔갑시켜주는 사업도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좋아요 늘리기’ 등으로 검색하면 돈을 받고 ‘좋아요’를 늘려주는 업체들이 즐비하다. 소위 ‘클릭 농장’으로 불리는 일부 업체들은 휴면계정이나 외국인 아이디 등을 활용해 하루 만에 ‘좋아요’를 수천개로 늘려주기도 한다. 이날 한 온라인 마케팅업체 관계자는 “외국이나 한국 유령계정을 통해 팔로워를 늘려줄 수 있으며 인원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한 명당 100원 미만에도 가능하다”며 “‘좋아요’를 눌러주는 대리작업도 프로그램을 돌리면 하루에 1,000개까지 늘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명인이 아니어도 인기 SNS 계정은 구매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만큼 파급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인기 계정이 허위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외형보다는 내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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