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더 힘든 지역” 요청에도
오 “연이어 패배해 쉽지 않은 곳”
안도 “진정한 험지” 주장
당내 경쟁자인 박진ㆍ강승규
강력 반발하며 맞불 회견 후폭풍
새누리당에서 열세지역 출마 요구를 받았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안대희 전 대법관이 17일 서울 종로와 마포갑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유력인사 험지 출마’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됐다. 두 지역에 대해 두 후보는 ‘험지’라고 주장했으나 김 대표가 제안한 야권 강세 지역과는 결이 다르고 당내에선‘양지’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김 대표가 구체적 계획 없이 험지 출마론을 내세워 잡음만 키웠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오세훈 결국 종로, 안대희 돌고 돌아 마포갑… “충분히 험지”
오 전 시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종로구에 출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 대표는 오 전 시장을 직접 만나거나 인편을 통해 “종로보다 더 어려운 지역에 나가달라”는 뜻을 여러 번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야권 강세지역인 ‘강북 벨트’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선을 한 구로을 등을 제안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오 전 시장은 그러나 “종로는 19대 총선, 서울시장 보궐선거, 18대 대선,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해 절대 쉽지 않은 곳”이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험지 출마 대상자인 안 전 대법관은 서울 여러 지역을 놓고 고민하다 결국 중학교(숭문)를 나온 마포갑을 최종 출마지로 택했다. 험지 출마 요구에 따라 부산 해운대 출마를 접은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포갑은 진정한 험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 현역 의원 지역구 중 상대적으로 양호한 지역을 골랐다는 얘기가 많다. 그간 당내에서는 더민주 이인영 의원의 구로갑, 박영선 의원의 구로을, 박홍근 의원의 중랑을, 인재근 의원의 도봉갑, 추미애 의원의 광진을, 더민주를 탈당한 김한길 의원의 광진갑 등이 그의 차출 대상 지역으로 오르내렸다.
당내 경쟁자들 반발… 김무성 대표 “본인들 결정 존중”
종로와 마포는 서울의 전통적인 야권 강세 지역과는 달리 정치상황과 인물에 따라 여야가 바뀌는 ‘스윙보터 선거구’로 꼽힌다. 종로는 박진 전 의원이 16~18대 국회까지 내리 3선을 하다 19대 때 정세균 더민주 의원이 탈환했다. 마포갑 역시 15~16대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17대 열린우리당, 18대 한나라당, 19대 때는 노웅래 더민주 의원이 승리했다.
이 때문에 서울의 전통 야권 강세 지역에 거물급 인사를 투입해 여당 바람몰이를 하려던 김 대표의 험지 출마 구상도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본인들의 최종 결정을 존중한다”며 “당의 공천 룰에 따른 투명하고 공정한 경선을 통해 공천이 이뤄질 것”이라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교한 전략 없이 나온‘험지출마론’이 당내 분란만 키웠다는 얘기도 나온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상대 출마 후보를 보고 맞춤형 배치를 하는 게 전략적으로 바람직하다”며 “(상대 후보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험지 출마가 너무 일렀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두 인사가 출마를 선언한 지역구의 경쟁자들은 맞불 기자회견을 갖고 “진정한 험지로 가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종로의 박진 전 의원은 “당이 권고한 방침을 따르지 않는 후보는 해당 행위를 하는 셈”이라며 오 전 시장을 거칠게 비난했다. 마포갑의 강승규 전 의원도 “(험지 차출에 대해) 당원의 의사를 묻기는 했느냐”며 “마포갑 당원은 새누리당이 아니라 ‘개누리당’당원들이냐”며 안 전 대법관과 당 지도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안 전 대법관의 회견 도중에도 강 전 의원을 지지하는 당원들이 삿대질을 하며 “누가 마포갑에 오라고 하더냐”,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려 한다”고 항의해 안 전 대법관 측과 고성을 주고받기도 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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