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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조정, 총선 앞 널뛰기에 ‘현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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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조정, 총선 앞 널뛰기에 ‘현기증’

입력
2016.01.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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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가맹점 인상 반발에

정치권 “철회하라” 압박

총선 이후로 잠정연기 유력

카드사-가맹점 갈등 증폭

전문가들 “원칙 실종” 비판

19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다동 여신금융협회 사무실. 각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담당 임원들과 가맹점 업종 대표들이 모두 모였다. 이날 모임은 최근 수수료율 인상 방침을 통보 받은 가맹점들의 집단 반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사실상 금융당국이 소집한 자리였다. 수수료 인상에 반발하는 가맹점 측의 주장, 반대로 인상 필요성을 호소하는 카드사의 치열한 공방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여신협회는 이날 회의 후 보도자료를 통해 “수수료 인하 대상 가맹점에는 이달 안에 통보를 완료하겠다”면서도 “사안별로 불합리한 부분은 점검 후 개선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수수료 인상 연기 가능성을 에둘러 인정한 셈이다.

카드사들이 또 무릎을 꿇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말 영세ㆍ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일률적으로 0.7%포인트 낮춘 데 이어, 이번엔 법적 보호 대상이라고 할 수 없는 일부 일반가맹점의 수수료 인상 방침에까지 제동이 걸릴 상황에 처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일반가맹점 수수료는 시장에서 정해져야 하는 만큼 당국이 개입할 계획이 없다”던 당초 입장에서 물러서며, 결국 정치권과 여론에 떠밀려 카드사를 또다시 압박하고 나선 모양새가 됐다.

논란이 시작된 건 카드사들이 최근 전체 가맹점의 10% 수준인 25만여곳 가맹점에 수수료율 인상을 통보하면서다. 과거보다 매출이 늘어 영세ㆍ중소 가맹점 기준(연매출 3억 이하)을 넘긴 일반가맹점(연매출 3억~10억원) 14만여곳과 소액결제가 많은 가맹점 10만여곳이다. 편의점ㆍ약국 등 1만원 이하 소액결제가 많은 가맹점은 매출액과 상관없이 우대수수료율(2.0~2.2%)을 적용 받았지만 이번에 관련 규정이 사라지면서 일반가맹점(최고 2.5%) 수수료를 내게 된 것이다. 카드업계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용카드 수수료 인상을 통보 받은 가맹점은 크게 반발하며 정치권을 압박했다. 금융당국이 앞서 영세ㆍ중소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발표 당시 일반가맹점의 경우에도 수수료율이 평균 0.3%포인트 인하될 거라고 발표한 것과는 정반대 결과라는 주장이었다. 새누리당은 15일 대한약사회,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카드수수료 인하 후속조치 간담회’를 열어 수수료 인상 대책 방안을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도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카드수수료 기습인상사태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수수료 인상 철회”를 요구했다. 모든 가맹점에서 수수료 인하가 이뤄질 거라고 기대했던 터라 가맹점의 반발과 정치권의 호응은 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날 여신금융협회는 영세ㆍ중소가맹점(196만곳)에만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통보했다.

카드업계는 강하게 억울함을 토로한다. 평균 수수료율이 내려간다고 모든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다 떨어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2012년 법을 개정하면서 종전의 업종별 수수료 체계를 적정 원가에 기반한 수수료 산정 체계로 바꾸고, 시장 환경 변화가 원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3년마다 수수료를 새로 측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이번에 원가를 반영하려 하자 정치권이 제동을 걸고 나서고 금융당국까지 장단을 맞추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실제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정부 정책은 신뢰가 중요한데 ‘수수료 인하안’을 발표하고 인상이 되면 되겠느냐”며 “전부 인하까진 아니어도 인상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금융당국에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도 애초엔 일부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했으나 검토해보겠다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원칙 없이 여론에 떠밀리는 카드 수수료율 조정을 강하게 비판한다. 법으로 보호하는 영세ㆍ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은 그렇다 쳐도 일반가맹점 수수료율까지 압박하는 것은 “원칙을 무시하는 처사”(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라는 것이다. 이런 구조라면 3년마다 수수료가 오르는 이해집단의 반발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원가를 좌우하는 결제 시스템의 변화 없이 정부 개입만으로 수수료 갈등을 해결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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