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배터리·체중계·이어폰 등 줄줄이
차별화 성공 단기간에 브랜드 널리 알려
“삼성·LG 스마트폰 이외에도
다양한 제품 경쟁력 강화를” 지적
애플 복제품을 만드는 업체 정도로만 여겨졌던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가 국내에 본격상륙한 것은 2014년 말. 애플 제품을 연상케 하는 금속 소재의 깔끔한 디자인과 다른 제품의 절반에 불과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3번 이상 재충전 할 수 있는 보조배터리‘미 파워뱅크’는 순식간에 국내 시장을 휩쓸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용자들은 어쩌다 실수로 뛰어난 제품을 만들었다는 의미로 샤오미를 ‘대륙의 실수’라고 불렀다.
그러나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대륙의 실수는 대륙의 실력으로 판명났다. 2만원 안팎의 저렴한 팔찌형 디지털 기기 ‘미밴드’와 고가 이어폰 못지 않게 저음을 표현하는 이어폰 ‘피스톤2’, 얇고 저렴한 스마트 체중계 ‘미스케일’ 등 샤오미의 다른 제품들도 잇따라 인기를 끌었다. 이제는 스마트TV와 공기청정기 등 고가 샤오미 제품도 국내에 상륙했다. 기존 제품보다 수백만원 저렴한 35만원대 1인용 전동스쿠터인 샤오미의 ‘나인봇 미니’는 가격 대비 성능이 탁월하다는 뜻의 ‘가성비 끝판왕’으로 통한다.
이 같은 샤오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22일 KT경제경영연구소가 내놓은 ‘샤오미의 숨겨진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설립된 샤오미가 단기간에 급성장한 비결은 한 가지 제품에 집착하지 않고 가격 파괴형 제품을 줄줄이 내놓은 것이었다. 다양한 주변기기를 통해 샤오미라는 브랜드를 단기간 내 널리 알리며 다른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과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를 ‘저관여 제품의 고관여화’로 표현했다. 저관여 제품이란 보조 배터리처럼 가격이 싸고 기능이 복잡하지 않아 브랜드를 따지지 않고 구입하는 제품이다. 반면 취향에 따라 특별히 원하는 기능과 디자인에 유지비, 중고로 되팔 때 가격 등 여러 가지를 꼼꼼히 따지는 자동차는 대표적인 고관여 제품이다.
샤오미는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섞었다. 즉 보조 배터리, 체중계, 이어폰 등 저가의 저관여 제품을 널리 퍼뜨려 샤오미라는 브랜드에 익숙해 지도록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들은 샤오미 브랜드만을 찾는 충성 고객이 된다. 한마디로 ‘품질이 뛰어난 저가 제품을 널리 퍼뜨려 충성 고객을 만든 것’이다.
보고서는 “만약 샤오미가 스마트폰 한 가지만 고집했다면 브랜드를 알리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저관여 제품을 널리 퍼뜨려 브랜드에 익숙해지게 만드는 고관여 제품 전략을 구사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국내업체들의 샤오미 극복 전략이기도 하다. 중국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이 국내 업체들과 견줄 만큼 발전한 지금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이들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스마트폰 이외에 다양한 제품들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전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은 세계적 경기 침체와 맞물려 가격 대비 성능이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며 “샤오미는 올해도 10만원대 무손실 음원 재생기기, 30만원대 전문가용 렌즈교환식(DSLR) 카메라 등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업체들도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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