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이면 모드 전환 “눈 가리고 아웅” 지적
사드 레이더 도입 추진 기종 논란
“中 자극 피하고 도입 여론 조성 꼼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론이 급부상하면서 사드의 핵심인 레이더의 기종으로 논란이 확대 되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은 중국을 의식한 듯 탐지거리가 한반도에 국한되는 레이더를 도입하겠다며 여론전에 나섰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 논의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한다.
사드에서 일종의 ‘눈’ 역할을 하는 레이더(AN/TPY-2)는 탐지거리와 요격기능 여부에 따라 전진배치 모드(FBM)와 종말모드(TBM)로 나뉜다. 전진배치 모드는 미사일 발사에서부터 상승단계를 추적하는 탐지 전용이다. 반면, 종말모드는 미사일을 유도ㆍ통제하는 요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진배치 모드는 탐지거리가 최대 2,000km로 한반도 배치 시 중국 내륙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물론 민감한 군사시설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종말 모드는 탐지거리가 600~1,000km 이내로 한반도에 국한된다.
문제는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이 탐지거리 기준만을 앞세우며 전진배치 모드가 아닌 종말모드 레이더를 도입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강조하는 데 있다. 사드 배치가 중국 견제용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진배치 모드와 종말모드가 사용하는 레이더는 하드웨어가 기본적으로 동일하고, 차이는 탐지거리가 아닌 요격능력에 있다. 양욱 국방안포포럼 연구위원은 “두 레이더의 하드웨어는 같다”면서 “통제 소프트웨어의 설정방식의 차이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의 레이더를 전진배치 모드 또는 종말모드 중 어느 것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마음만 먹으면 최소 2시간이면 레이더 운용 모드 전환이 어느 쪽으로든 가능하다. 주한미군이 사드를 들여올 경우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중국 영공을 감시할 수 있는 셈이다.
결국 군 당국이 탐지거리가 좁은 종말모드 레이더를 배치할 수 있다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군 당국으로선 요격 시스템을 갖춘 종말 모드를 도입하는 게 당연한 데도 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사드에 정통한 군 소식통은 “레이더의 방위각을 변경하고 연결 설정만 바꾸면 600km 레이더 모드가 2,000km 모드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면서 “우리 군 당국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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