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기능직 外 직원 68% 대상
3급 첫해 최대 연봉격차 2054만원
임종룡 “반드시 가야 할 방향”
민간 겨냥 확산… 노조 “관치” 반발
금융당국이 국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에 개인 성과평가에 따라 임금과 승진 체계를 연동하는 ‘성과연봉제’의 칼을 빼 들었다. 앞서 기획재정부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적용키로 했던 방안보다 한층 강력한 방식. 금융공공기관을 시작으로 민간금융기관까지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계산이지만, 당장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향후 금융권의 첨예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일 금융공공기관 임직원 중 최하위직 및 기능직을 제외한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올해 말부터 성과연봉제를 적용하는 내용의 ‘금융공공기관 성과주의 정착 방안’을 발표했다.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준정부기관 5곳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등 기타공공기관 4곳을 포함해 모두 9곳이 대상이다.
이들 9개 기관에서 지금까지 성과연봉제가 적용된 임직원이 전체(1만7,350명)의 7.6%(1,327명)에 불과했지만, 앞으로는 68.1%(1만1,821명)로 대폭 늘어난다. 기본연봉의 경우 성과평가에 따라 인상률이 평균 3%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도록 했고, 해마다 누적으로 적용되도록 했다. 개별기관이 노사협의에 따라 정하겠지만 2급 이상 간부직은 4%포인트, 중간 관리직은 3%포인트, 그리고 차하위직은 1~2%포인트 차등을 두는 방식이다. 예컨대, 팀장급인 3급 직원이 최고 S급과 최저 D급을 받을 경우 6,500만원으로 같았던 기본연봉은 1년 뒤 130여만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같은 평가가 5년 지속된다면 같은 직급이어도 기본급에서 700만원 이상 격차가 생긴다.
성과급 비중은 내년 20%가 적용되고, 내후년부터는 30% 이상으로 늘어난다. 연봉이 1억이라면 이 중 3,000만원 이상은 성과급으로 채워야 한다는 얘기다. 전체 연봉의 최고ㆍ최저 차등도 간부직의 경우 1.3배 이상 차이가 나야 한다.
이 같은 방안은 앞서 지난달 28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마련한 가이드라인보다 더 강력하다. 금융공공기관의 경우 모두 준정부기관과 기타공공기관에 속하는데도 성과연봉 비중, 차하위 직급 적용 등에서 가장 강력한 공기업을 준용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9개 금융공공기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성과중심 문화는 반드시 가야하고 갈 수 밖에 없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은 벌써부터 거세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즉각 성명을 내고 “금융위원회의 성과주의 임금체계와 관련해 어떤 논의도 거부하겠다”며 "노사가 자율로 결정해야 할 임금체계를 국가가 강제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근간을 부정하는 심각한 관치 개입"이라고 반발했다. 전 산업분야에 성과중심의 인력 운영을 확산하겠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핵심이라는 점에서 금융당국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성과연봉제 이행 실적을 해당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 반영해 이행을 압박해 나갈 것으로 보여, 향후 첨예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에 비해 생산성이 낮다고 평가되는 금융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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