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일 앞으로 다가온 4ㆍ13 총선 정국에서 김무성, 최경환, 유승민 등 여권 3인방의 행보가 연일 화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상향식 공천제와 과반 의석 달성, 친박계의 실질적 좌장인 최경환 의원은 ‘진박’(진짜 친박) 신인들의 당선, 전 원내대표인 유승민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대구 민심 확보라는 지상 과제를 받아 든 상태다. 총선 성적표에 차기 대선 및 당권 주자로서의 입지와 주도권이 달려 건곤일척의 승부가 연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무성, 민생행보… 친박과 냉각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일 대표적 재래시장인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았다. 전날 최전방 부대를 찾아 안보 행보를 한 데 이어 이틀째 장외 행보다. 측근들은 “지난달부터 확정된 설 전 민생 행보”라고 설명했지만, 당내에선 “최근 공천 갈등을 겪고 있는 친박계와 냉각기를 갖기 위해서”란 해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계파간 기싸움 등 정치 현안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공천관리위원회 인선을 둘러싼 샅바를 호락호락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현재 그는 친박계의 ‘이한구 공관위원장 카드’를 받는 대신 “공관위원 구성은 내가 전적으로 책임지게 해달라”고 역제안을 해놓은 상태다. 공관위가 최고위의 의결권까지도 번복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당규에 따르면 공관위는 최고위의 재의요구에도 공관위원 3분의 2 이상이 의결할 경우 최고위가 이를 따라야 한다. 통례대로 최고위원들이 공관위원을 1명씩 추천하면, 공관위 역시 최고위 구성대로 친박계가 압도하게 된다. 최고위는 현재 9명 중 6명이 친박계로 분류된다. 그래서인지 김 대표는 최근 “친박계에 좀 양보하는 게 어떠냐”는 측근의 조언에도 묵묵부답으로 부정적인 의사를 피력했다고 한다.
상향식 공천제는 대선주자로서 내세운 대표 상품이다. 공관위 구성이 친박계의 의도대로 흘러가 단수ㆍ우선추천 지역이나 100% 국민여론조사 경선 지역이 확대돼 상향식 공천제의 근간이 흔들린다면, 김 대표의 리더십에도 큰 흠집이 나게 된다.
과반의석 확보 역시 김 대표에겐 중요한 과제다. 총선에서 여당의 과반의석은 사실상 승리냐, 패배냐를 가늠하는 잣대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총선 결과 의석이 과반에 못 미칠 경우 당장 친박계는 총선 패배의 책임을 물어 김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친박 대표 체제’ 구축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최경환, 영남 강행군… 진박 마케팅
경제부총리에서 평의원으로 돌아온 친박계 최경환 의원은 설 연휴를 앞두고 한동안 꺼져가던 ‘진박마케팅’에 불을 지피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친박계를 최대한 많이 원내에 진입시켜야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당권 행보가 탄탄해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이후로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에서 연일 진박 지원사격을 위해 강행군을 해온 최 의원은 2일에도 ‘개소식 정치’ 행보를 계속했다. 그는 이날 대구 서구에 출사표를 던진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경남 산청ㆍ거창ㆍ함양에 출마 의사를 밝힌 강석진 전 거창군수, 경북 구미갑에 도전장을 낸 백승주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연이어 참석했다. 강 전 군수는 최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인연이 있다.
최 의원은 윤 후보 개소식에서 “평소 일 안 하고 교체지수가 높은 사람이 반발한다. 속이 찔리는 사람이 그렇더라”고 또다시 비박계 TK 현역 의원들을 겨냥했다. 그는 윤 후보를 향해 “(유승민 의원 등이) 국정에 말도 안 되는 뒷다리걸기를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맥을 짚고 있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그는 강 전 군수 개소식에서는 “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4대 개혁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최 의원이 진박마케팅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진박 후보들이 새누리당 텃밭인 TK지역에서조차 고전하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진박 후보들이 텃밭에서 패배할 경우 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가속화되고 총선 이후 당권을 장악하려는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친박계 차기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최 의원이 당권을 넘어 대권까지 도전하려면 친박계의 세불리기는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최 의원은 3일에는 추경호(대구 달성) 전 국무조정실장과 정종섭(대구 동갑) 전 행정자치부 장관 사무소 개소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유승민, 민심 훑으며 고군분투
1일 총선 출사표를 던지며 “봄이 곧 올 것”이라고 했던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치열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가 내리 3선을 한 대구 동구을 지역구에는 현재 ‘진박’을 자처한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당내 경선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그동안 무채색 점퍼를 입고 지역민을 만나오던 유 의원은 예비후보 등록 이후 새누리당 상징색인 빨간색 점퍼로 갈아입었다. 2일에도 그는 새벽 출근길 인사부터 시작해 지역구 구석구석을 샅샅이 훑었다. 주민들의 손을 붙잡으며 그가 하는 자기소개는 “유승민입니다”가 전부다. TK(대구ㆍ경북)에서 ‘박근혜 마케팅’이 어느 때보다 난무하지만 그가 내세우는 건 이름 석자뿐이다. 언론 인터뷰도 사양하고 있다. 이 지역의 선거구도가 사실상 ‘박근혜 대 유승민’으로 형성돼 있는 만큼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친박 중의 친박’인 최경환 의원은 TK의 진박 예비후보들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순례하면서 대구의 ‘맹박(맹종적 친박) 정서’에 호소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대구 민심의 선택이다. 유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다시 민심의 지지를 받는다면 여권 내 유망한 미래권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총선 전 박 대통령이 어떤 명분으로든 대구를 찾아 우회적으로 민심에 호소할 기회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승민계 의원들의 생환 여부도 변수다. 현재 대구의 김희국(중남) 권은희(북갑) 김상훈(서) 류성걸(동갑) 의원, 최측근인 이종훈(성남 분당갑) 의원, 비례대표로 인천 연수의 분구 지역에 출사표를 낸 민현주 의원 등이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여권 관계자는 “유 의원이 최고권력의 핍박에도 살아온다면 무시 못할 대선주자로 클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측근 없이 본인만 살아와선 세를 키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유 의원과 측근 의원들이 TK에서 ‘진박연대’의 공세에 어떤 수로 대처할지는 총선 판세를 가늠할 유력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대구=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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