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전문성 강화' 정연순 부회장
'사회운동 무게' 이재화 사법위원장
2파전 양상… 내달 14일 투표
"소속 회원 1000명 시대
변화 필요한 시점 구심력 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차기 회장 선거가 창립 28년 만에 첫 경선으로 치러진다. 1988년 5월 51명의 변호사로 출발한 민변이 지난해 4월 회원 1,000명 시대를 맞으면서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회칙을 개정한 결과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인권과 민주주의가 퇴보해 시국 현안에 대응할 일이 많아지면서 민변의 새로운 리더십에 더욱 이목이 쏠린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변의 12대 회장 선거에 정연순(49ㆍ사법연수원 23기) 부회장과 이재화(52ㆍ사법연수원 28기) 사법위원회 위원장이 13일 회장 입후보 등록서를 냈다. 김지미 민변 사무차장은 “접수 기간이 많이 남았지만(22일까지) 사실상 두 후보간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26일쯤 후보 토론회가 열리며, 다음달 초 우편 투표에 이어 14일 현장 투표로 당선자를 가린다.
정 후보는 당선되면 민변 역사상 최초의 여성 회장이 된다. 22년간 민변에 몸담은 그는 2010~2012년 여성 첫 민변 사무총장을 지낸 뒤 2014년부터 부회장을 맡아온, 예상되는 회장 후보감이다. 정 후보는 서울대 법대ㆍ대학원 출신으로 2001~2002년 민변 여성위원장과 2006~2008년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본부장을 지냈으며, 현재 법무법인 지향 대표와 인권재단 ‘사람’ 이사다. 그는 백승헌(53ㆍ연수원 15기) 전 민변 회장의 부인이기도 해서 남편에 이어 회장이 될지도 관심사다. 정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 캠프 대변인을 맡았었다.
그는 법률전문가 단체라는 민변의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현 정권의 노동 탄압과 집회현장에서의 체포, 소수자 차별 등에서 현장 대응을 강화하는 데 관심이 많다. 기획소송과 공익변론사업을 전개한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이 후보도 당선되면 상당한 파격이다. 연수원 기수를 거스르고 이례적으로 사무총장을 지내지 않고도 회장이 되는 기록을 세우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고려대 법대 출신으로 2009~2011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 2013년 민주주의 수호 비상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냈으며, 현재 민변 사법위원장과 대한변호사협회의 상고심 제도개선 위원과 정당해산 후속대응TF 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민간인 불법사찰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변호하고,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사건을 맡았었다.
이 후보는 민변이 법률적 조력자로 그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사회개혁운동을 주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인권과 민주주의 측면뿐 아니라 주거권과 민생 복지 등 사회권 분야로 민변의 활동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소속 변호사들은 이번 선거가 민변의 구심력을 모으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김성진 변호사는 “그간 사무총장을 지낸 분이 부회장, 회장을 했었는데 조직 규모가 커져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번 경선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류하경 변호사는 “정 후보는 사회 각계각층의 연대나 지지세력 결집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며, 이 후보는 정책적 대안을 정치적으로 현실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민변에 대한 검찰과 보수 언론의 견제가 커져 위기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원만한 대응을 위한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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