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연설에 중국 언급 한 번뿐
中 빼고 北 제재 실효성 의문
“중국 역할론 사실상 포기” 시각도
美日에 ‘협력’ 단어 사용하며
中 러시아엔 ‘연대’로 표현
외교 관계 대응 무게감 달라져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연설에서 제시한 신(新) 대북 독트린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국제 사회의 빈틈 없는 공조다. 박 대통령의 연설은 그러나 내부 단합에 주안점을 두는 반면, 정작 중요한 국제 사회의 전면적 공조를 이뤄낼 방법에 대해서는 추상적인 언급에 그쳐 ‘공허한 선언’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개성공단 중단은 앞으로 우리가 국제 사회와 함께 취해 나갈 제반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신호탄 삼아 국제사회의 전면적 대북 압박을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박 대통령은 이를 위해 “우리는 동맹국인 미국과의 공조는 물론 한미일 3국간 협력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중국과 러시아와의 연대도 계속 중시해 나갈 것”이라며 북핵 문제의 핵심 당사국들을 언급했다.
당장 눈에 띄는 것은 박 대통령이 한미일 3국에 대해서는 ‘협력’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연대’라는 표현을 쓴 대목이다. 협력과 연대가 뚜렷한 외교적 개념이 담긴 용어는 아니긴 하지만, ‘한ㆍ미ㆍ일 3국 협력 강화’ 와 ‘중ㆍ러 연대 중시’라는 표현 속에 담긴 협력 관계의 무게감은 확연하게 다르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언급은 현재의 동북아 정세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논의 과정에서 제재 수위를 두고 한미일 대 중러 간 입장차이가 있는데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두고선 이런 구도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 상황을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이런 판단 하에서 정책 방향을 설정한 것 같다”며 “대북제재를 두고 미국과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참여를 확대시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달리 보면 대북 제재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중국과의 공조 방안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역할을 대폭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 연설에서는 중국을 단 한 차례 언급하는 데 그쳤다.
그간 ‘대북 압박론’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 게 ‘중국 역할론’이었다. 대북 압박론자들이 정책 실패의 요인으로 지목한 것도 중국의 역할 부족이었다. 박 대통령이 한층 강화된 대북 압박론을 제시하면서 정작 중국의 역할을 이끌어낼 지렛대를 찾지 못하면 사상누각에 그칠 수 있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여전히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통한 대북 압박 공조를 강조하지만 박 대통령이 ‘중국 역할론’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사드 배치 카드로 중국의 반발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이날 다시 사드 배치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것도 향후 대중 관계가 더욱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아예 한미일 협력을 토대로 중국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사드 배치로 중국의 협조를 얻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며 “우리가 중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공조를 이끌어낼 뚜렷한 지렛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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