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23일 ‘하위 20% 컷오프(공천 배제)’ 대상자를 확정해 이날 개별 통보키로 했던 일정을 하루 연기했다. 탈락자 확정은 했지만, 공관위원들 사이에 탈락 통보 방식과 절차를 놓고 논쟁이 일었고, 이견을 좁히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김성수 대변인은 “오후 5시를 넘겨서야 봉인이 해제됐다”며 “친전(親展)을 통해 내일 중으로 전 의원들에게 평가 결과를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의 평가 과정과 항목 등이 포함될 친전에는 ‘귀 의원은 면접에 참석해주십시오’ 등의 문구가 포함돼 받은 사람이 자신의 탈락여부를 알 수 있게 된다. 공관위는 탈락자들에게 전달될 초안 작성에 늦게까지 고심했다.
현역의원 평가 과정과 평가 항목 등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 이날 회의에선 탈락 통보 방식을 놓고 이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이 “나는 일하는 스타일이 구멍가게식, 주먹구구식으로는 안 한다. 체계적으로 (통보를) 할 것”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상처 낸 것(탈락시킨 것)도 모자라, 그 상처에다 소금을 뿌려서야 되겠느냐’는 의견이 상당했다는 것이다. 홍 위원장은 “의원 개개인의 명예를 존중하고, 격식과 예의를 차리기 위해 이런 방식을 채택했다”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공관위는 24일 오전 회의를 다시 열고 탈락자에 전달될 친전을 최종 점검할 예정이다.
격식과 예를 갖춘다고는 하지만 탈락을 통보 받은 의원들은 강력 항의할 것으로 보인다. 하위 20%에 포함될 경우 48시간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평가 절차상의 오류만 확인할 뿐 재평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공천 탈락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일 이들이 얼마나 되겠냐”며 “탈당이 러시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5일로 예정된 탈락자 공식 발표가 순연되는 것은 물론, 아예 취소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공천 탈락자들에 대한 개별 통보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더민주 여의도 당사 주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평가결과가 사전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의원명단 및 이름을 암호화한 코드와 평가점수를 두 개의 USB(이동식 저장장치) 메모리에 나눠 보관해왔지만, 탈락자 확정과 개별 통보를 앞두고 두 개의 USB 메모리가 ‘합체’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하나는 조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이 시중 은행의 금고에, 나머지 하나는 당사 11층 총무국 금고에 넣어 관리를 해왔다.
홍 위원장은 비공개 회의에 앞서 “공관위원들에게 먼저 컷오프 과정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뒤 다음 절차를 진행할 것이다. 나도 언제 어떻게 될지 정확히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홍 위원장은 공관위 업무 특성상 보안을 유지하고 외부 노출을 막기 위해 최근 휴대폰 전화번호까지 바꿨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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