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으로 사립대 소송비용 대고
국립대 총장 간선제로 강제 등
상위법에 상충되는 내용 상당수
국무회의 통과만으로 시행 가능
“야당 등 반발 피하기” 지적
교육부가 최근 상위법에 위배되는 시행령 개정안을 잇따라 입법 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립대 재단 관계자의 소송비용을 등록금에서 낼 수 있도록 하거나, 직선제와 간선제가 모두 가능한 국립대 총장선출을 사실상 간선제로만 강제하는 등 상위법과 상충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법 위의 시행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하는 법률 개정 대신 국무회의만 통과하면 시행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으로 현행법을 우회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가 이달 3일 입법 예고한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등록금으로 운용되는 ‘교비회계’의 세출 항목에 ‘교직원 인사 및 학교운영과 관련된 소송 경비 및 자문료’라는 내용을 추가했는데, 이 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사립대들은 앞으로 이사장, 총장 등이 법인 관련 소송을 할 때 이 소송 비용을 등록금 등이 포함된 교비회계에서 지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는 모법(母法)인 사립학교법에 위배된다. 이 법 제29조 6항에는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이나 재산은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교육용 수입과 재산은 교육 외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은 올해 1월 변호사ㆍ노무사 자문료 및 성공보수 등으로 3억7,000만원을 교비회계에서 쓴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지만, 이 시행령대로라면 향후 이 같은 회계전용은 처벌 받을 수 없게 된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교육부가 소송 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할 수 있도록 하려면 시행령이 아닌 사립학교법(상위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야당 등 국회 내 반발을 우려해 시행령을 개정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1일 입법 예고된 교육공무원임용령 일부 개정안도 논란이다. 모법인 교육공무원법에서는 직선제와 간선제로 국립대 총장 선출이 가능하지만, 개정안은 교육부가 간여할 수 있는 간선제로 사실상 총장선출을 강제했다. 개정안(제12조)의 골자는 교대, 교원대에 적용했던 총장추천위원회의 후보자 선정 권한과 역할을 모든 국립대로 확대적용하고, 이 위원회가 서면심사, 심층면접, 정책토론을 통해 후보를 선정하도록 한 것. 기존에는 간선제(‘공모방식’)로 총장후보를 뽑을 때만 서면평가와 심층면접 등을 하도록 했지만, 교육부는 해당 조항(12조 2항)에서 ‘공모방식’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개정안은 총장추천위원회에 후보자 선정과 관련한 권한을 준 뒤 직선투표가 아닌 서면심사, 심층면접, 정책토론 등의 방식으로만 후보를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로써 상위법인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직선제는 사실상 사문화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며 지난해 8월 고(故) 고현철 부산대 교수가 투신하면서 높아진 국립대의 총장 직선화 요구에 대해 교육부가 이를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편성’하도록 한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근거로 시도교육감들을 압박한 바 있다. 이는 ‘국책사업은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집행할 수 없다’는 지방재정법과 배치된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학교법 시행령 개정안은) 사학재단의 회계 투명성, 교육 행정 집행의 효율성 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상위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에 대해서는 “의견 수렴 후 법리적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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