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지 보름이 지나면서 북한의 동요 징후가 잇따라 관측되고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돈줄 차단에 적극 협조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북한 노동자들이 대거 중국으로 넘어가 외화벌이에 나서는가 하면 유엔 제재대상 북한 선박들이 한꺼번에 남포항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북한 당국이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6일(현지시간)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에 북한 노동자들이 최근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RFA는 “15일 저녁 7시께 신의주를 거쳐 중국으로 입국한 북한의 20대 여성노동자 200여명이 단둥세관을 빠져나와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조선족 소식통의 말을 전하면서 “북한이 인력 수출을 늘린 것은 ‘민생관련 제재를 하지 않겠다’는 유엔 결의안의 예외조항을 이용해 외화벌이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단둥시 일대 의류공장과 가죽공장, 가발공장 등에 상당수 북한 노동자들이 취업해 일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10만명에 이른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다만 여성노동자들이 큰 짐을 지니지 않은 점으로 미뤄 이미 중국 현지에 취업했던 노동자들이 비자 갱신을 위해 잠시 북한을 방문했다 돌아오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대북제재안의 수위가 높고 범위가 넓은 만큼 북한 당국이 틈새를 노려 외화벌이 일꾼들을 많이 보내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 “미국이 북한 근로자들의 해외송출을 금지토록 한 상황에서 결국 중국 정부가 입국심사 등에서 얼마나 의지를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유엔 회원국 입항이 금지된 북한 선박 31척 중 3척이 평안남도 남포항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선박의 위치기록 등을 보여주는 민간 웹사이트 ‘마린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17일 새벽 남포항 주변에 제재 대상 선박 3척을 포함해 모두 29척이 정박해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남포항 서쪽 해안가에 19척, 대동강과 서해가 만나는 지점에 3척, 대동강 안쪽 대안군 앞에서 7척의 선박이 각각 자동선박식별장치(AIS)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특히 이 가운데에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이후 며칠간 위치가 불분명했던 미림호와 회령호, 세보호 등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선박들도 포함됐다. 북한 선박들이 일제히 레이더망에 나타난 데 대해 마린 트래픽 측은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를 의식해 선박들에 AIS를 다시 켜도록 했거나 아니면 항구에 설치된 AIS 수신기를 활성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대 대상 31척 중 실시간 위치가 파악되는 선박은 남포항에 머물고 있는 3척 외에 그랜드 카르호와 골드스타 3호, 희천호, 오리온 스타 등 4 척이다. 대북 소식통은 “유엔 회원국의 입항 금지 조치에 중국까지 가세하면서 북한의 선박 운항에 적잖은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스리랑카를 거쳐 중국으로 향하던 북한인들이 달러 뭉치를 옮기다 적발돼 사흘째 스리랑카 당국에 억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자국으로의 외화 송금이 어려워진 북한이 조급하게 움직이다 덜미를 잡힌 것이다. 17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오만에서 출발해 스리랑카를 경유한 후 베이징으로 가던 북한인 2명이 스리랑카 콜롬보 공항에서 환승 중 미화 15만 달러(약 1억7,000만원)를 현금으로 소지한 사실이 세관에 의해 적발됐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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