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출 관련된 北 인사들만 제제
실효성보다 상징성이 더 커
미국 정부가 16일(현지시간) 북한 근로자 해외송출 행위 관련자들에 대한 제재가 포함된 행정명령을 발표했지만, 이는 실효성 보다는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상을 ‘송출’로 제한, 북한 근로자를 ‘고용’한 중국 및 러시아 등 제3국에게 가해지는 실질적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송출에 관여한 인사의 범위를 제3국의 알선업체 및 고용 기업 등으로 확대해 적용하더라도,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는 제3국의 기업들 다수가 소규모 영세업체라 미국과의 금융 및 거래 타격으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노동자 송출과 관련된 북측 사람들만 제재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노동자 해외 송출 문제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 처음이라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 러시아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 등 전 세계 50여 개국에 5만8,000여명의 근로자를 파견하고 있다. 러시아(2만여명) 중국(1만9,000여명)이 가장 많고, 쿠웨이트(5,000여명) 아랍에미리트(2,000여명) 등 중동 및 동남아 지역 국가도 포진해 있다. 주로 아파트 및 도로 등 건설 수요가 많고 봉제, 임업, 농업 등 노동집약적 산업 중심의 국가가 주요 대상이다. 특히 최근엔 아프리카 지역에 의료 및 IT 분야 파견 인력을 늘리는 추세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근로자까지 합치면 최대 10만 명에 달할 것이란 추산도 있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집권 이후 “한두 명 튀어도 상관 없으니 최대한 많이 내보내라”고 지시할 만큼 해외 근로자 파견에 목을 매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줄어든 외화수입을 충당하기 위해서라도 근로자 파견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근로자들의 월급을 상납 받는 형태로 매년 2억5,000만 달러를 거둬들여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주요 자금원으로 활용한다고 보고 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7일 “북한이 해외 근로자들에게 주는 임금은 나라, 직종과 상관 없이 1990년대부터 월급 120~150달러로 고정돼 있다. 나머지 차액은 당국으로 송금하는 구조다”고 말했다. 휴가는 고사하고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월급의 90% 이상은 원천징수 당하는 사실상 강제노역이나 다름 없는 셈이다.
미국 정부가 실효성보다 상징성이 큰 행정명령을 통한 제재를 발표한 배경도 북한 해외 근로자들의 열악한 인권 침해 실태를 국제사회에 고발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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