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로서 당헌 당규 수호 의무”
친박 위원들 소집 최고위 무효 주장
공천장에 대표 날인 거부 예고
공관위, 주호영 재의 요구 거부
공천안도 재의결 가능성 높아
상황 반전될 지 반신반의 분위기
“버스 지나간 뒤 손 흔드는 격”
김 대표 의지에도 ‘면피용’ 시각
책임론 불거질 땐 퇴로 막힐 수도
비박계에 대한 친박계의 ‘공천학살’ 논란 속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7일 ‘버티기’에 들어갔다. 전날 긴급 기자회견으로 공천관리위원회의 단수ㆍ우선추천(전략공천) 남발에 문제제기를 한 이후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미루고 있는 것. 공천안은 당의 최고의결집행기구인 최고위의 추인을 받아야 확정된다.
김 대표는 이날도 “당 대표로서 당헌ㆍ당규를 수호할 의무가 있다”고 같은 의지를 재확인했다. 친박계 최고위원들과 공관위원들이 김 대표의 기자회견을 두고 “공천업무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며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선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이날 오전 자신을 뺀 채 단독으로 소집한 최고위는 당헌을 들어 무효임을 주장했다. 대표가 사고나 출장 등 궐위 상태가 아니므로 원내대표가 회의를 주재할 권한이 없으니 ‘간담회’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논란의 핵심은 14, 15일 공관위가 결정한 공천안이다. 공관위는 이재오(서울 은평을)ㆍ진영(서울 용산)ㆍ이종훈(경기 성남분당갑) 등 비박계 현역 의원을 대거 컷오프(경선배제)하고 ‘진박’ 예비후보들을 단수ㆍ우선추천하거나 경선후보로 올렸다.
김 대표는 지난 16일 최고위에서 이 공천안에 대한 의결을 보류했다. 나머지 공천작업이 올스톱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18일 오전 다시 최고위를 열겠다고 살짝 물러섰으나, 역시 문제가 된 공천안에 대해선 의결보다는 보류에 방점을 찍고 있다. ‘버티기’로 공천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에선 김 대표가 정말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당규에 따르면 최고위가 공관위에 재의를 요구해도 공관위원 3분의 2가 재의결하면 최고위는 이를 따라야 한다. 실제 대구 수성을의 3선 주호영 의원을 컷오프하고 여성 우선추천 지역으로 선정한 공천안에 최고위가 재의를 요구했으나, 공관위는 이 절차를 거쳐 원안을 확정했다.
김 대표의 의지를 두고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친박계에선 “김 대표가 공천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친박계 핵심과 만나 의견을 나누었는데도 공개석상에선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선 “비판 여론이 일자, 면피하려 시늉만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옛 친이직계이자 유승민계로 이번 공천에서 컷오프 당한 조해진(경남 밀양ㆍ의령ㆍ함안ㆍ창녕) 의원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김 대표는 (이 사태를) 막을 능력도 의지도 없다”며 “여러 번 기회가 있었지만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김 대표의 최고위 추인 거부에 대해선 “버스 지나간 뒤에 손 흔드는 격”이라고 비꼬았다. “30시간을 못 버티고 굴복한다”는 ‘30시간의 법칙’이라는 비아냥도 다시 회자된다.
김 대표 쪽에선 최근 공관위 결정은 김 대표가 수용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공천장에 도장(대표 직인)을 찍지 않겠다”던 김 대표가 예고대로 ‘옥새투쟁’을 벌일지에 대해 한 측근은 “향후 대처를 지켜봐달라”고만 말했다.
비박계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의총을 요구한 뒤 김 대표를 향해 “정치적 생명뿐 아니라 모든 걸 걸고서라도 잘못된 공천 결과를 수용하지 않기를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공천 책임론마저 불거질 경우 자칫 퇴로가 막힐 수 있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는 셈이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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