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으로 전년보다 2.6% 줄어
2만弗 첫 진입 후 10년째 정체
S&P “2018년에나 3만弗 넘을 것”
3% 성장률 전제… 더 늦어질 가능성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2009년 이후 6년 만에 뒷걸음질쳤다. 처음 2만달러대에 진입한지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3만달러 진입은 기약이 없는 상태다.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지도 못한 채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진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2만7,340달러로 전년(2만8,071달러)보다 2.6% 줄었다. 1인당 GNI가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를 맞았던 지난 2009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우리나라 1인당 GNI는 2만823달러를 기록한 2006년 이후 10년 째 3만달러 선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1만8,302달러) 2만달러 밑으로 떨어진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타며 2014년 2만8,000달러를 넘어서는 등 3만달러 돌파 기대감을 높였지만 지난해 다시 미끄러졌다.
1인당 GNI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원화가치 하락이다. 지난해 원ㆍ달러 환율은 평균 7.4% 상승했다. 원화 기준으로 따지면 1인당 GNI는 전년 대비 4.6% 늘어났지만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달러 환산 국민소득이 줄어든 것이다.
환율 탓이라고는 해도 1인당 GNI가 2만달러 대에서 장기 정체하고 있는 것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해준다면 환율 변동에도 불구하고 큰 흐름 상 국민소득이 증가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첫 2만달러를 돌파한 1987년 이후 9년 만에 3만달러를 돌파했다. 영국은 8년 만에, 일본과 독일은 5년만에 3만달러 벽을 뛰어넘었다.
당장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 3만달러에 진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최근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2018년에나 3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또한 3% 성장률을 전제로 한 전망이어서, 실제 3만달러 진입은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이 변수지만 향후 1, 2년 내 3만달러 진입은 힘들다”고 말했다.
작년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즉 경제 성장률은 2.6%에 그쳤다. 가계 구매력 지표인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1만5,524달러로 전년(1만5,922달러) 대비 2.6% 감소했고, 총투자율은 28.5%로 1년 전보다 0.8%포인트 낮아졌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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