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 인공섬들의 군사기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이 북한 핵문제에 대해선 협력하겠지만 남중국해를 두고선 대립각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제 군사정보컨설팅 업체인 IHS제인스는 31일 위성사진, 중국 군사지 보도 내용 등을 분석한 결과 시사군도 내 융싱다오(永興島)에 지대공미사일과 전투기뿐만 아니라 대함미사일까지 배치돼 있다고 주장했다. 융싱다오에 배치된 대함미사일은 사거리 400km의 지상 배치형 ‘잉지(鷹擊ㆍYJ)-62’라고 IHS제인스는 전했다.
중국군이 2009년 국경절 열병식 때 처음 공개한 YJ-62는 아음속(음속 이하) 순항 대함미사일로 5,000~7,000톤급 구축함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외형은 미국의 토마호크미사일과 유사하다. 앞서 중국의 군사사이트 ‘81군사’도 지난 23일 융싱다오에 YJ-62가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한 바 있다.
융싱다오에는 지난달 중순 지대공미사일 ‘훙치(紅旗ㆍHQ)-9’ 2개 포대가 배치된 사실이 확인됐고, 뒤이어 ‘젠(殲ㆍJ)-11’과 ‘시안 젠홍(殲轟ㆍJH)-7’ 등 전투기들이 실전배치된 것도 미국 정보당국에 포착됐다. IHS제인스는 YJ-62 배치 시기가 HQ-9이 융싱다오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 때와 비슷하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 사이에 본격적인 군사기지화가 이뤄졌다고 추론해볼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들 신무기가 배치된 융싱다오가 남중국해 여러 섬들 가운데에서 중국이 군사기지화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곳이란 점이다. 이 곳에는 이미 돔형의 레이더가 설치돼 있고, 융싱다오 남쪽에 위치한 난사군도 내 인공섬 화양자오(華陽礁)에 고주파 레이더 시설이 건설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해 말 미국 해군 이지스함이 시사군도 12해리(약 22km) 인근까지 접근하면서 미중 간 일촉즉발의 위기가 고조됐던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의식적으로 군사기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중국군 소장 출신인 첸리화(錢利華) 아시아ㆍ태평양안보협력회의(CSCAP) 중국측 위원회 부회장은 이날자 일본 아사히(朝日)신문과 인터뷰에서 “중국은 앞으로도 남중국해에서 인공섬 조성과 무기 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 움직임에 대한 각국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군사기지화를 중심으로 실효적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중국군 장성 출신이 외국 언론의 인터뷰에 응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첸 부회장은 미군이 인공섬 주변에 선박을 파견하는 ‘항행 자유’ 작전에 대해 “문제를 더 복잡하게 했다”고 비판했고, 일본 자위대의 작전 참여 가능성에 대해선 “중일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의 신무기 배치와 인공섬 건설, 레이더 설치 등은 군사력을 과시함과 동시에 방공구역 설정을 통해 실질적인 지배권을 높이겠다는 의도”라며 “핵안보정상회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이뤄져도 남중국해 문제에서는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 중국의 군사기지화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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