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외 식당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7일 국내 입국한 사건은 대북 제재 효과일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의 가족 단위 탈북이나 개인 탈북과 달리, 같은 식당에 근무하는 동료들이 한꺼번에 탈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 의미에 대한 해석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북한 해외식당은 국제사회 대북 제재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어서 이들의 귀순도 그 영향권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우리 정부가 해외 여행객의 북한식당 이용 자제를 권고하고, 해외 현지 주민들도 이용을 꺼리면서 북한 해외식당들은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의 경우 15곳 중 3곳이 폐업했고,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북한식당 6곳 중 3곳도 최근 영업을 중단하는 등 곳곳에서 북한 식당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북한은 중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12개국에 130여곳의 해외식당을 운영해왔다.
주목되는 것은 해외식당 종업원들이 당성이나 충성심이 높은 계층으로 분류되는데다, 이들이 북한 내 가족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꺼번에 탈출을 감행했다는 점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 동네 가족끼리 탈출하는 경우는 있어도 같은 직장 동료끼리 집단 탈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이들이 북한에 소환될 경우 무엇인가 집단적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해외 식당을 폐업하는 과정에서 빚 문제가 발생했거나 북한으로 소환돼 엄벌을 받는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 탈북이 대북 제재의 직접적 효과라기 보다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사건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비해 이들 대부분이 20~30대의 젊은 여성들이란 점에 비춰보면 정부 설명 대로 북한 체제에 대한 불만과 남한 사회에 대한 동경으로 탈출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해외에 근무하면서 한국 TV와 한국 관광객을 많이 접한 이들이 북한 체제에 대해 회의감과 새로운 사회에 대한 동경심을 동료들끼리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탈북 사태가 대북제재 효과로 북한 주민들의 심리적 동요가 확산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KBS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대북 제재의 결과로 나오는 것인지 좀 더 분석해 봐야겠지만, 현재 북한이 처한 상황에 대해 이번에 탈북한 분들이 느끼는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상황이 계속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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