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운영 국회와 긴밀히 협력”
선거 전 “심판 대상” 입장서 급변
반성ㆍ사과 등 표현은 사용 안해
닷새만에 내놓은 발언 대부분을
경제활성화ㆍ구조개혁 당위성 설명
靑ㆍ내각에 노동개혁 드라이브 지시
여소야대 국회와 충돌 예고
4ㆍ13 총선 이후 18일 처음 입을 연 박근혜 대통령은 ‘민의’와 ‘민생’부터 강조했다. 직접적인 반성의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심판의 표적이 된 일방적 통치 방식을 바꿀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으로 등 돌린 민심에 손을 내밀었다. 다만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비롯한 국정 과제는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 여소여대(與小野大)가 된 20대 국회와 충돌을 예고했다.
박 대통령은 총선 닷새 만인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민의를 겸허히 받들겠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스스로 낮추고 비운다는 뜻의 ‘겸허히’와 ‘받든다’ 말 속에 선거 결과에 대한 박 대통령의 생각이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ㆍ메르스 사태ㆍ정윤회 문건 파문 등 때도 좀처럼 물러서지 않던 박 대통령이 ‘정권 심판’을 택한 성난 민심 앞에 바로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란 얘기다.
가장 확연하게 바뀐 것은 국회를 향한 발언이다. 박 대통령은 “20대 국회가 민생과 경제에 매진하는, 일하는 국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한 뒤 “정부도 새롭게 출범하는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선거 전날까지 여야 정치권을 ‘심판할 대상’으로 몰아붙인 것과는 달라진 태도다.
이는 국회와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라고 참모들은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당ㆍ정의당을 합해 161석이 된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는 그야말로 ‘식물 정부’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한 박 대통령이 결국 국회와의 관계 변화를 택한 것이란 해석이다. 다만 박 대통령은 ‘일방적 지시가 아닌 협력으로 작동하는 청와대와 국회의 관계’라는 큰 원칙을 밝혔을 뿐, 구체적 구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담담한 표정으로 6분 간 이어간 모두발언의 중 약 5분을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 추진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것에 할애했다. 정권의 성과와 직결된 핵심 정책들에 대해선 야당과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정면돌파 하겠다는 뜻이다. 총선 관련 발언 시간은 약 50초였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일자리 중심의 국정 운영을 강화하면서 일자리 대책과 노동 개혁의 실천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청와대와 내각에 지시해 정부의 노동 개혁안에 반대하는 야당ㆍ노동계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된 ‘개헌 추진’이나 ‘대대적 인적 개편’ 등 국면 전환 용 깜짝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대신 이번 주 정부 재정전략회의에서 논의할 내용들에 대해 지시하고 북한 도발 위협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주문하는 등 국정을 일상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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