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연구소장 등 3명 동시에
사고 5년 만에 첫 피의자 조사
유해성 인지 여부 등 집중 규명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
사전구속 영장 청구 적극 검토
英 본사 개입 여부도 조사할 듯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대 가해업체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전 대표인 신현우(68)씨를 비롯, 제품 생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핵심인물 3명을 26일 동시에 소환한다. 2011년 사건 발생 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제조업체 최고 책임자에 대한 피의자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사전구속영장 청구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001년 살균제 출시 당시 대표이사였던 신씨와 제품 개발 및 제조에 관여한 옥시 연구소의 전 소장 김모씨, 전 선임연구원 최모씨 등 3명을 26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ㆍ판매해 사용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상해를 입도록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또는 업무상 과실치상)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진 폴리헥사 메틸렌 구니아딘(PHMG) 성분을 원료로 살균제를 개발하게 된 경위와 이 성분의 유해성에 대해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제품을 제조ㆍ판매했는지 등을 캐물을 계획이다. 영국 본사가 한국 법인의 제품 개발과 출시 승인 등에 개입했는지 여부, 문제가 불거진 2011년 이후 옥시가 PHMG의 유해성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폐한 행위에 본사가 연루됐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이러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본사까지 수사 확대도 불가피하다.
검찰은 제품을 먼저 출시해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한 옥시 측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이들뿐 아니라 제품의 개발ㆍ판매에 관여한 옥시 실무자, 원료 공급사인 SK케미칼 등이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사 진행 경과에 따라 수사팀이 확대될 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특별수사팀에 검사를 더 충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신씨 등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백명이 죽거나 다쳤는데도 사태 해결보다는 책임 회피를 위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거짓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의 행태를 보인 옥시 측의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은 살인죄 적용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 관계자는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법적으로 살인의 고의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제품이 유해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회수를 안 하는 등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에 대해서도 “법리적으로 비약이 있다”고 못박았다.
검찰은 이날 옥시 마케팅 담당 직원 3명을 불러 제품 용기에 ‘인체에 안전하다”고 표기하는 등 허위 광고를 한 경위에 대해 조사했다. 옥시는 제품 출시 당시 용기에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하여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등의 문구를 넣어 광고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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