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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새누리, 보수라도 민주주의 기본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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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새누리, 보수라도 민주주의 기본 지켜라"

입력
2016.04.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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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초청강연서 쓴소리 한 진보학자

“삼권 분립 등 민주적 규범

4ㆍ13 총선서 노골적으로 무시

국민들이 준엄한 명령 내린 것

새누리의 길은 혁신적 보수”

“보편적 인권 확립이 최고 안보”

사이버테러방지법 추진 비판도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혁신모임 초청으로 열린 강연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혁신모임 초청으로 열린 강연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진보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25일 새누리당 초청 강연에서 “(여당의) 총선 참패는 민주적 규범을 경시했기 때문”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보수여당이 대표적인 진보 학자를 초청해 비판을 경청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최 교수는 4ㆍ13 총선에 대해 “민주주의를 돌아보는 중요한 계기였다”고 평가하면서 먼저 박 대통령을 향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임기 후반을 맞아 자기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당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정치적 책임윤리 측면에서 삼권분립이란 민주적 규범에 어긋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우리 사회의 권력과 정치가 대통령 비서실 밖을 넘지 못하면, 그런 정치체제를 민주주의라고 말하기 어렵다”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은 삼권분립인데 현 정부에서 이것이 공공연하게 무시됐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새누리당 공천에 대해서도 “공천 과정에서 당헌ㆍ당규를 정책편의를 위해 공공연히 무시하는 등 정부와 국회가 민주주주의 기본적 규칙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선거에서 그간 여당을 지지했던 다수의 보수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갈 이유나 열의를 찾지 못하게 됐다”고 패배 원인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1987년)민주화 이후 한국사회는 민주주의 가치의 규범에 대해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확고한 컨센서스를 갖고 있다”면서 “이번 총선 결과는 여야, 보수ㆍ진보의 갈등도 민주주의 컨센서스 위에서 전개돼야 한다는 걸 일깨워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혁신모임 의원 초청으로 간담회에 참석해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혁신모임 의원 초청으로 간담회에 참석해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최 교수는 새누리당이 지향해야 할 가치에 대해 ‘보수’를 지키면서도 자유주의적이고 다원주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 연장선에서 새누리당이 추진해 국회를 통과한 테러방지법과 현재 추진중인 사이버테러방지법을 비판했다. 그는 “북한의 테러 위협에는 강력한 국가보안법으로 대응할 수 있고, 범인 체포율도 세계 최고 수준인데 이슬람 권역에서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 시민권을 제한할 강력한 (보안)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느냐”며 “보편적 인권 확립이야말로 최고의 안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평화공존을 위한 길 외에는 다른 어떤 대안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북핵 위협이 점증하고 있는데 남북관계를 평화지향으로만 해결할 수 있나’란 이주영 의원의 질문에 “현재와 같이 ‘힘으로 굴복시킨다’는 방식은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역효과가 더 크다”고 답했다. 최교수는 마지막으로 “새누리당은 과거의 보수로 돌아갈 것이냐, 보다 과감한 발걸음을 내딛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있고, 그 길은 혁신적 보수에 있다고 믿는다”며 혁신을 조언했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강연에는 김영우, 황영철, 이학재, 심재철, 이주영, 오신환, 김영우, 하태경, 박인숙, 김승희, 정병국, 이혜훈, 나경원 등 20대 총선 당선자들이 참석했다. 최 교수는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으로 참여했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의 ‘정신적 멘토’로 불리기도 했다.

한편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당선자 122명은 26일 열리는 당선자 워크숍에서 ‘단체 반성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이날 “내일 워크숍에서 당선자들이 결의 형태의 발표문을 채택하기로 했다”며 “자성으로 시작해 변화와 쇄신에 대한 각오를 밝히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성문 낭독은 최다선(8선)인 서청원(경기 화성갑) 당선자와 함께 지역구 초선 최연소인 김성원(43ㆍ경기 동두천ㆍ연천) 당선자, 비례대표 최연소인 신보라(33) 당선자가 할 예정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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