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키우고자 마음 먹은 이들이 가장 고민하고 또 궁금해하는 점은 바로 ‘어떤 품종을 기를 것인지’일 것이다. 당장은 키울 환경이 안 된다 해도 개를 키우게 된다면 어떤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거나, 어떤 강아지가 나에게 맞을지 한번쯤은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고민을 하다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TV에 나오거나 최근에 다른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는 견종, 외모가 예쁜 개들을 주로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본인의 생활패턴에 맞지 않은 강아지 입양은 결국 유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개가 뭐 특별하게 다를 게 있겠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견종별로 특징이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보듬컴퍼니의 강형욱 훈련사는 “품종별로 특징이나 성격, 장점이 각기 다르다”며 “같은 품종이라도 개체에 따라 능력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개를 입양할 때는 개의 특성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반려동물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1,2년이 지나면 방송에 나왔던 견종들이 많이 버려지고, 보호소에 입소한다. 특히 올해는 펫방(반려동물 방송) 붐이 불면서 방송사들이 앞다퉈 반려동물 방송을 강화했다. 때문에 방송에 나왔던 견종인 화이트 프렌치 불독이나 웰시코기가 1년 뒤 유기견 가운데 높은 비중을 차지 하지는 않을지 벌써부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강아지를 선택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를 키울 때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 바로 털빠짐과 크기, 짖음이다. 강세희 이리온 동물병원 청담점 분양실장은 “처음 강아지를 키우려는 사람들은 막연하게 외모만 보고 마음 속에 키우고 싶은 강아지를 결정하고 온다”며 “우선 털빠짐과 크기, 짖음에 대해 상담을 하고 운동량이나 집 비우는 시간 등을 고려해 견종을 추천한다. 상담을 하면서 예비 반려인들의 마음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털 빠짐과 크기에서 선호도 갈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의 털 빠짐에 민감한 편이다. 특히 자녀와 함께 사는 경우에는 털 빠짐에 더욱 신경을 쓴다. 만일 털 빠짐에 예민하다면 장모종인 시추와 몰티즈, 슈나우저나 곱슬거리는 털을 가진 푸들, 비숑프리제를 추천한다. 단모종이 털이 잘 빠지지 않을 것 같지만 털갈이를 할 때마다 털이 빠진다. 소형견 가운데선 포메라니안이 털이 빠지는 편이며, 코커스패니얼, 프렌치 불도그, 웰시코기 등 중형견과 골든 리트리버 등 대형견도 털에 민감하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반려견이 다 자랐을 때의 크기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많이 기르는 푸들, 시추, 몰티즈, 요크셔테리어, 치와와, 포메라니안 등의 반려견 대부분은 소형견 그룹에 속한다. 리트리버나 진돗개, 말라뮤트는 15㎏이상 크기 때문에 어릴 때 귀엽다고 해서 무작정 데려와선 안 된다.
활동성 꼭 고려해야
요새는 1인가구가 늘어나고 있고, 자신의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동물을 입양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보호자가 외출한 동안 반려견은 혼자 남겨진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야 한다. 특히 활동성이 많은 반려견을 혼자 둔다면 벽지를 물어뜯는 등 보호자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가족 모두가 때때로 집을 비우는 집이라면 똑똑한 푸들이나 활동량이 많은 비글은 추천하지 않는다. 강세희 실장은 “소형견 중 몰티즈, 시추는 어느 정도 독립성이 있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있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반면 푸들이나 요크셔테리어는 머리가 좋은 데다 사람에게 의지를 많이 하기 때문에 가족이 모두 집을 비우는 경우에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려견이 필요로 하는 운동량도 개를 입양하는 데 고려해야 할 중요한 조건이다. 모든 개는 산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특히 운동을 좋아하는 코커스패니얼, 슈나우저, 비글뿐 아니라 골든리트리버, 보더콜리, 진돗개, 말라뮤트 등 대부분의 대형견은 많은 운동량을 필요로 한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 사는 이들이 많다 보니 반려견의 짖는 정도도 고려 대상이다. 훈련을 하면 대부분 헛짖음은 해결할 수 있지만 다른 견종에 비해 잘 짖는 견종들도 있다. 소형견 가운데서는 몰티즈, 요크셔테리어, 포메라니안, 치와와가 중형견 가운데는 비글이 잘 짖는 편이다. 상대적으로 시추, 웰시코기, 불도그, 퍼그, 골든리트리버는 잘 짖지 않는다.
품종견 아닌 혼종견에도 관심을
견종은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개량해 온 것이다. 산업화 이전까지는 구조견과 탐지견, 목양견 등 특정 목적을 위해 품종이 개량됐다. 하지만 이후 외모와 크기에 초점을 맞춘 개량이 이뤄져 왔다. 특정 외모, 크기를 위해 근친교배 등도 마다하지 않다 보니 열성 형질이 발현되면서 유전병들이 생겼다. 예컨대 치와와는 사람들이 작은 체형에 큰 머리와 눈을 선호하다 보니 두개골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작은 충격에도 뇌가 큰 영향을 받게 됐다. 퍼그는 더욱 눌린 코를 갖도록 품종개량 하면서 이물질이 곧장 폐로 들어가 기관지 질환과 호흡곤란에 쉽게 노출된다.
반면 혼종견은 순종처럼 한가지 특징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 개체마다 성격이나 특징이 다양해 키우는 재미가 있고, 순종에 비해 잔병치레가 없고 건강하며 똑똑한 편이다.
문재봉 이리온 대표원장은 “관심 있는 견종에 대해 조사를 충분히 하고, 전문가들과 상의한 다음에 입양을 결정하는 게 좋다”며 “입양하기 전 가족을 찾기 위해 기다리는 유기동물을 임시 보호해보는 것도 입양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조언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한송아 동그람이 에디터 badook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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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추는 소형견이며 털도 많이 빠지지 않아요. 다정다감하고 원만한 성격이라 초보반려인이 키우기에도 무난합니다. 하지만 식탐이 많고 안구질환, 피부병, 비만으로 인한 질병에 취약하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요크셔테리어는 아주 작은 체구로 털빠짐이 적습니다. 활기와 자신감이 넘치며 애교도 많아 반려견으로 키우기 적합한데요. 활기가 넘칠 때나, 위험이 닥쳤을 때 짖는 경향이 있습니다.
푸들은 털이 잘 빠지지 않지만 털이 계속 자라기 때문에 제 때 털을 깎아줘야 합니다. 영리해서 사람의 훈련도 잘 따르고 개인기 습득도 가능하지만 그만큼 혼자 두면 외로움을 많이 타기 때문에 함께 있을 가족이 있어야 합니다.
몰티즈는 작은 체구에 털도 잘 빠지지 않는 편이라 반려견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하지만 질투가 많고, 아이들을 경쟁상대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 이럴 경우 훈련이 필요합니다. 또 잘 짖는 편인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비글은 3대 악마견으로 불릴 정도로 활동성이 많기 때문에 매일 30분 이상 운동을 시켜줘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친화적이라 실험견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죠. 후각도 뛰어나 마약탐지견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믹스견은 말 그대로 여러 다양한 품종이 섞인 개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토종견인 진도 믹스견이나 마당에서 묶어서 키우던 작은 체구의 믹스견들이 많은데요. 유전적 질병이 적어 건강하고 영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비숑프리제는 중소형견종으로 최근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인기견입니다. 성격은 활발하지만 독립심이 강한 편이에요. 하지만 털이 길게 자라기 때문에 곱슬거리는 털들이 엉키지 않도록 털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퍼그는 눌린 코가 매력인 중형견입니다. 털은 짧지만 많이 빠지는 편이에요. 순하고 다정한 성격이지만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해 비만이 되기 쉽습니다. 더위에도 약하니 여름철에 더위 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말라뮤트는 55㎏까지 크는 대형견입니다. 이중모로 털갈이 시기에는 털빠짐이 많아요. 온순한 성격이지만 오랫동안 무리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복종훈련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체격도 크고 운동량도 많이 필요합니다.
불도그는 20㎏대 초반까지 크는 대형견입니다. 털은 짧은 대신 많이 빠집니다. 센 인상과 달리 조용하고 온순한 성격입니다. 잠도 많고 코도 많이 골아요. 하지만 더위에 취약하고 식탐이 있는 편입니다.
진돗개는 15~25㎏의 한국 토종 대형견입니다. 반려인에 대한 충성심이 높고 귀가본능이 뛰어납니다. 낯선 사람과 다른 동물에 대한 경계심도 높은 편이에요. 깔끔한 것을 좋아해 집안에서는 배변을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프렌치불도그는 불도그를 축소한 듯한 외모의 중소형견으로 털은 짧은 대신 털빠짐이 많습니다. 온순하고 사람에게 친밀하지만 용감하기 때문에 경비견으로 훈련시키기도 해요. 튼튼한 체력을 가졌지만 더위에 약하고, 안구질환에 잘 걸립니다.
슈나우저는 중소형 테리어종답게 활력이 넘치고 운동을 좋아합니다. 장난치기를 좋아하며 작은 동물이나 아이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털빠짐은 적지만 긴 부분은 뭉치지 않도록 자주 빗질을 해줘야 합니다.
보더콜리는 18~23㎏의 대형견입니다. 양치기 개로도 알려져 있는데 영리한 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똑똑하면서도 사람을 잘 따릅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요. 털의 숱이 많은 편이라 엉키지 않도록 관리해줘야 합니다.
닥스훈트는 다리가 짧고 허리가 긴 외모가 특징으로 매우 명랑하며 장난을 좋아하는 소형견 입니다. 하지만 잘 짖고 사람이나 다른 동물을 무는 성질이 있어 처음부터 단호하게 훈련해야 합니다. 체중조절과 운동을 하지 않으면 척추 디스크에 걸릴 수 있습니다.
치와와는 단모종, 장모종 모두 털이 많이 빠집니다. 지기 싫어하고, 호기심도 많은 데다 질투심도 강하지요. 정수리 부분이 약해 머리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하고 골절, 안구질환에 유의해야 합니다.
포메라니안은 귀여운 외모만큼 애교가 많고 재롱도 잘 부립니다. 호기심이 많고 영리해 반려인의 말을 잘 알아들어요. 하지만 잘 짖는 편입니다. 풍성한 털이 특징으로 우아한 털을 유지하려면 꼼꼼한 빗질이 필수입니다.
코커스패니얼은 중형견으로 윤기 있는 털이 매력적입니다. 낙천적이고 온순해 사람을 잘 따르고 장난 치는 것도 좋아해요. 하지만 귀가 길고 털로 덮여 있어 귓병에 잘 걸리기 때문에 항상 깨끗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웰시코기는 짧은 다리로 엉덩이를 씰룩 거리며 걷는 모습이 매력적입니다. 털은 짧지만 숱이 많고 잘 빠져 매일 손질해야 하며, 영리하고 활발해 많은 운동량이 필요해요. 고집은 센 편이지만 사람에게는 다정하고 훈련도 잘 따릅니다.
골든 리트리버는 영리한 데다 인내심이 많고 사람을 잘 따르기 때문에 인명 구조, 안내견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와도 잘 어울리지요. 하지만 선천적으로 고관절 형성 장애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관절을 잘 관리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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