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법조브로커 이씨
항소심 재판장과 식사로 수면 위로
수감 중인 언론인 박씨
원정도박 무마 위해 경찰 접촉
거간꾼 노릇하다 구속된 한씨
軍납품·롯데면세점 로비 관여
최 변호사 절친 투자자문사 이씨
정씨 변호사 폭행 고발로 주목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로비 수사가 진행되면서 그를 둘러싼 브로커들의 실체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 대표는 사업을 확장하거나 자신의 형사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다양한 브로커들에게 일 처리를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부각된 인물은 유명 법조브로커 이모(56)씨다. 그는 정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의 항소심 재판을 배당 받은 임모 부장판사와 배당 당일 저녁식사를 하며 사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서울지하철 상가 운영권 인수과정에서 네이처리퍼블릭의 대관업무를 맡아 각계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정 대표는 올해 초 검찰에서 “공무원 로비자금으로 9억원 이상을 이씨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회삿돈 32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이씨를 수사했던 검찰 관계자는 “당시에는 기업에 자금을 대주는 ‘금융 브로커’ 역할을 했지만 법조계에서 쌓은 인맥을 기반으로 ‘법조 브로커’로 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정 대표에 대한 검찰과 경찰 수사단계에서 변호를 맡아 무혐의 처분을 끌어낸 검사장 출신 H 변호사와 고교 동문으로, 두 사람을 연결해 준 것도 이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와 함께 정 대표의 로비 과정에 자주 등장하는 언론인 박모(43)씨도 주목하고 있다. 정 대표뿐 아니라 이씨와도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해온 박씨는 2013~2014년 서울경찰청이 정 대표의 원정도박 사건을 수사할 때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현직 경찰관을 접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1월 코스닥 기업 투자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인 박씨를 2,3차례 불러 정 대표와 관련된 금품로비 의혹을 조사했지만 입을 다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의 거간꾼 역할을 하다 배신 당한 브로커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5일 네이처리퍼블릭이 군부대 매점에 납품할 수 있도록 군 관계자에게 청탁해 주는 대가로 정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한모(59)씨를 구속했다. 그는 2012년 신영자 롯데장학복지재단 이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네이처리퍼블릭이 롯데면세점 내 목 좋은 자리를 배정받도록 해주고, 각 점포 매출액의 3%를 수수료로 받는다’는 계약을 맺어 10억원 이상을 받아 챙겼다. 하지만 2014년 7월 정 대표 측이 신 이사장의 아들 장모씨가 운영하는 회사와 유사한 내용의 계약을 맺으며 자신과의 계약을 해지하자 같은 해 10월 네이처리퍼블릭을 상대로 “일방적 계약해지로 입은 피해 6억4,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정 대표의 최모(46ㆍ여) 변호사 폭행 사건을 경찰에 고발한 이숨투자자문의 이사 이모씨도 주목을 받고 있다. 사기 혐의로 징역 13년을 선고 받고 서울구치소에서 복역 중인 송창수 이숨투자자문 대표는 자신의 사건을 맡았던 최 변호사를 정 대표에게 소개했는데, 최 변호사는 이씨와도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대표가 최 변호사에게 지급한 20억원 중 일부가 이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의심하고 자금흐름을 추적 중이다. 이씨는 앞서 조세포탈 혐의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적이 있으며, 자신을 검찰 수사관으로 속여 금괴 밀수업자들에게 사건무마 청탁 대가로 8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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