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고조되는 양안관계
하나의 중국 인정한 ‘92 공식’
차이 당선인 수용 가능성 적어
中, 정예부대ㆍ전투기 등 투입
대만 독립 대비 대규모 훈련
미중관계의 또 다른 불씨
美 “대만 독립 반대” 밝혔지만
하원서 ‘체제 지지’ 결의안 통과
中 “이중적인 태도” 강력 반발
한반도 사드 등 갈등도 커질 듯
20일 대만 독립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취임을 앞두고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 및 미국ㆍ중국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시종일관 강조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입장 차이와 신경전이 무력시위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18일 홍콩 언론들에 따르면 중국은 차이 총통 취임과 민진당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만과 마주한 푸젠(福建)성 일대에서 대규모 상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육군 정예부대와 동부전구 공군이 신형전투기와 방공미사일, 조기경보기 등을 투입해 실시하고 있는 이번 훈련은 대만 남서부 해안을 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대만 독립 시도가 있을 경우에 대비한 무력시위인 셈이다.
이는 중국이 차이 총통 당선인과 민진당을 향해 줄곧 요구해온 ‘92 공식’(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키로 한 합의) 수용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그간 대만의 국제기구 회의 참석과 관련해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을 요구하며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해왔다. 실제 차이 총통 취임 직후인 오는 23일 열릴 세계보건총회(WHO)의 대만 초청장에는 중국 측의 요구로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차이 당선인과 민진당은 여전히 92 공식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베이징 정가에선 차이 당선인이 과거 민진당의 싱크탱크에서 대만 독립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한 경력을 들어 92 공식 수용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많다. 이는 민진당 정부 출범 후 양안 관계가 경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대만의 새 정부 출범은 중미관계에서도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미국 정부는 최근 대만의 독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미 하원이 레이건 행정부 당시 구두상 묵계로 합의한 대만체제 지지 의사를 공식화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을 겨냥해서다.
이에 따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 등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당분간 더 심화할 공산이 커 보인다. 중국 입장에선 미 하원 결의안이 대만을 지렛대 삼아 자신들에 대한 견제를 강화할 것이란 우려를 증폭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이 대만과 미국령 괌 방향으로 ‘항공모함 살수’로 통하는 ‘둥펑21-D’(DF-21D) 미사일을 배치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민진당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식 수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대만 문제는 양안관계는 물론 미중 양국이 동아시아의 패권을 두고 첨예하게 맞서는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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