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중심 국회도 대안 꼽혀
당론정치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은 공천개혁 등으로 정당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수직적인 당청관계의 수평화, 국회 상임위원회 활성화 등도 과제로 손꼽힌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경우 야당에도 일부 찬성하는 의원들이 있었지만, 연계처리 법안으로 여야 원내대표의 협상안건이 되면서 당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여야 의원들이 대안을 마련해 통과시킬 수 없었다. 마침 20대 총선 공천을 목전에 둔 상황이어서 의원들에게 당론을 거스른 자유투표를 기대하기는 불가능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국회의원이 당론에서 자유로운 입법권을 누리게 하려면 결국 공천개혁이 필수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당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여야 의원들이 자기의사를 반영할 수 없고, 본회의장에서 교차투표를 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공천권을 국민이 아닌 당이 쥐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수직적인 당청관계도 당론정치의 폐해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4ㆍ13 총선 새누리당 공천에서 청와대가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했다는 의심은 현재 거의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청와대가 추진하는 국정과제 법안에 교차투표를 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수직적인 당청관계를 수평화해 여당 의원도 당론을 벗어나 소신대로 투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 여야정협의체를 활성화 해 3자 간에 소통의 폭을 넓히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청와대가 집권당에 자율성을 부여하지 않고 개별 법안에 자꾸 ‘가이드 라인’을 주다 보니 여당이 의회로서의 기능을 못하고 여권의 한 축으로만 기능하고 있다”며 “집권당이 후보를 내서 대통령을 당선시켜 놓고도, 청와대의 눈치를 살펴 가이드 라인대로만 움직이는 현상을 바꾸려면 당청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꿔 정당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내교섭단체 중심의 국회운영을 지양하는 것도 당론정치의 폐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지적된다. 여야 원내대표가 쟁점법안 협상 후 의원총회에서 간단한 추인과정만 거쳐 당론에 따라 본회의에서 표결하는 관행을 혁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진민 명지대 교수는 ‘국회선진화를 위한 19대 국회의 과제’란 논문에서 “교섭단체 대표간 협상에 의한 원내 운영은 의원이 아닌 정당을 의회의 입법단위로 만들어 국회를 정당 간의 대립과 정쟁의 무대가 되게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상임위원회 활성화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상임위가 활성화되면 국회의원이 각 법안을 소관 상임위에서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거쳐 다루게 된다. 이렇게 상임위 중심의 운영이 자리잡아야 원내대표의 역할이 줄어들고 의원들이 당론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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