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삐뚫어진 이들이 부리는 철없는 난동이라 보기엔 선을 넘어섰다. 학계도 ‘여성혐오’를 다루는 이유다. 이들이 더듬어보는 지점은 계급문제의 젠더적 치환이다. 먹고 살기 힘들어진 데 이어서 이제는 그 분노를 어디다 배설해야 할지 조차 잘 모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는 6월 3일 시립대 법학관에서 ‘도시적 감정의 양식’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여성의 시각에서 꾸준히 발언해온 학자들이 두루 출동한다. 감정사회학이 주요 테마다 보니 여성혐오 현상에 대한 비판보다는 여성혐오 상태에 도달하게 되는 감정상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은행나무)는 책으로 널리 알려진 우에노 치즈코 도쿄대 명예교수는 ‘뒤틀린 동맹-신자유주의, 신민족주의와 반동’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이 연설에서 우에노 교수는 어떤 대상에 대한 혐오 감정은 신자유주의와 신민족주의 간 공모에 의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임옥희 경희대 교수는 이를 ‘뉴 노멀 시대’에 빗댄다. 뉴 노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시된 개념이다. 뭔가 근사한 어감과 달리, 그 내용은 이제 저성장, 저소비, 고실업, 고위험을 떠안고 사는 것이 새로운 표준이라는 다소 우울한 내용이다. 보통의 수치심은 우리에게 조금 더 도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그러나 뉴 노멀 시대에 제대로 자리잡기 어려운 남성들이 느끼는 수치심은 “위장된 계급 불안의 흔적”이라 지적한다.
이양숙 서울시립대 교수는 김애란 소설을 분석한다. 김애란 소설은 흔히 발랄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교수는 그 발랄한 표현 뒤에 숨겨져 있는 현대 사회의 잔혹함을 읽어낸다. 이 독법을 통해 이 교수는 “남성들이 타인에게 받은 수치심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자신의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외에도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휴머니스트) 등으로 알려진 레나타 살레츨 뉴욕대 교수의 발표, 조한혜정ㆍ김현미(연세대) 고정갑희(한신대) 문강형준(중앙대) 교수 등의 토론이 이어진다.
역사문제연구소가 내는 ‘역사문제연구’ 35호 역시 ‘혐오의 역사-나는 왜 그(녀)들을 혐오하는가’를 특집주제로 삼아 권명아(동아대) 등의 글을 실었다. 근현대사 중심의 학술지라는 책의 성격상 요즘의 여혐 그 자체보다는 냉전시기 한반도라는 큰 흐름 아래 우리 사회에 있었던 혐오 현상을 짚었다. 영미문학연구회의 학술지 ‘안과밖’도 ‘우리는 왜 혐오하는가-문학 속의 혐오들’ 특집을 통해 가부장제 이데올로기 아래 오래 존속되어온 여성혐오 현상을 담았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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