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고 말했다. 또 “유관 당사국들이 냉정과 절제를 유지해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란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ㆍ안정ㆍ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대북 3원칙을 말한다.
그의 말로 보아 중국은 지금까지의 북핵 입장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거듭된 핵실험으로 지역긴장을 높이는 북한은 물론, 제재 일변도의 한미일 대북 압박도 북한의 도발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7차 당대회를 통해 당규약으로 천명한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추인받겠다는 계획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중국 방문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북한이 이번 방문을 통해 노렸던 대중 관계복원과 국제고립 탈출이라는 효과가 얼마나 성과를 거뒀을지도 의문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우리측에 군사회담을 거듭 제안하고, 중국과의 접촉면을 넓혀 국제압박 공조를 흔들어보겠다는 북한의 대화공세는 일단 제동이 걸린 듯하다.
유념해야 할 것은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미묘한 변화다. 시 주석은 면담에서 북핵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3년 전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방중한 최룡해 당시 인민군 총정치국장에게 비핵화를 세 번이나 거론하며 강력 경고했던 것과는 크게 다르다.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핵 포기도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 껄끄러운 핵 문제를 ‘일관된 입장’이라는 말로 에둘러 표현한 이유다. 이 때문에 중국이 북핵보다는 동북아에서의 전략적 자산이라는 북한의 가치를 더 중시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이 면담 직후 미국은 북한을 처음으로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북한의 미국과의 금융거래는 물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등 제3국의 금융기관도 제재하는 강경조치다.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의 전단계라 할 수 있다. 6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전략경제 대화의 핵심 의제도 북한의 비핵화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을 방문해 무기금수조치를 전면 해제했다. 북한을 미국의 대중국 봉쇄에 쓸 카드로 보고 ‘북한 관리’에 들어갔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상황 여하에 따라 중국은 추가 핵실험을 유예하는 낮은 단계의 비핵화 조치로 대북제재를 무력화하는 시도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시나리오다. 북핵 해법이 더욱 복잡해지면서 우리 외교당국의 정확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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