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은성PSD와 용역계약
‘서울메트로 직원들 정규직 고용, 퇴직 후 서울메트로 복직 보장’
특혜성 계약 공정거래법 등 위반
‘2인 1조’ 매뉴얼 관리도 조사
정비업체들 업무기록ㆍ일지 확보
“과실 입증 땐 책임자 엄중 처벌”
서울메트로가 은성PSD에 서울지하철 정비용역 계약을 맺으며 최대 200억원을 과다지급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메트로가 은성PSD 등 분사한 업체에 직원을 전직시키며 퇴직 후 다시 서울메트로에 복직할 수 있는 특혜까지 보장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스크린도어 사고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메피아(메트로+마피아)’ 비리를 정조준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와 광진경찰서, 강남경찰서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울메트로 본사와 스크린도어 유지ㆍ관리 업무를 맡은 은성PSD 및 유진메트로컴, 구의역, 강남역 등 10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해당 업체 사무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업무기록ㆍ일지, 위탁용역과 관련한 계약서 등을 확보했다. 관련 업무를 담당한 서울메트로와 은성PSD 임직원들도 출국금지 조치했다.
경찰은 우선 서울메트로와 은성PSD가 2011년 맺은 수의 용역계약이 관련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당시 두 기관은 계약 조건에 ‘서울메트로 전출 직원을 은성PSD의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이들에게 퇴직 전 임금의 60~80%를 지급하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는데, 국가계약법 및 공정거래법에 저촉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서울메트로가 지난 5년간 은성PSD에 350억원 규모의 용역계약을 하면서 사업비를 과다 지급해 수백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도 집중 조사 중이다. 경찰 파악한 과다지급 규모는 최소 100억원에서 최대 2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8월 강남역 스크린도어 수리 도중 사망한 조모(당시 28세)씨가 일했던 정비업체 유진메트로컴 역시 2006년과 2007년 서울메트로와 막대한 이익을 보장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또 사고 피해자 김모(19)군의 사망 원인을 제공한 ‘2인 1조’ 작업 매뉴얼에 대한 관리 책임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사고 수사와 별개로 스크린도어 운영ㆍ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들여다 볼 예정”이라며 “과실이 입증될 경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자를 엄중 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메피아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은성PSD에서 근무하는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들이 퇴직 후 서울메트로에 기존 직급으로 복직할 수 있는 특혜까지 누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메트로 인사규정의 신규채용 항목을 보면 ‘서울메트로에서 업무분사로 퇴직한 자로서 분사 회사에 재직 중 회사가 파산하거나 분사업무 위탁계약이 해지되면 서울메트로 퇴직 시 재직한 직급에 재임용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서울메트로가 혁신의 일환으로 스크린도어 업무를 분사 형태로 외주화하며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직원 90명을 은성PSD로 전직시키고, 정년과 임금을 상당부분 보장한 것도 모자라 계약해지에 따른 위험까지 보전 받도록 한 것이다. 반면 김군과 함께 채용된 은성PSD의 고졸 직원 16명은 이달 말로 계약이 만료된다. 이들의 계약 만료 후 거취는 아직 논의조차 안돼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들의 처지와 대조적이다.
서울메트로 인사들의 복직 특혜를 공개한 우형찬(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은 “서울 지하철 5~8호선 운영기관인 서울도시철도 역시 스크린도어 정비 자회사로 옮겨간 직원들의 복직 보장을 포함하는 특혜 수준의 계약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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